기사제목 [논평] 문재인 대통령 사전에 ‘코리아 패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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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재인 대통령 사전에 ‘코리아 패싱’은 없다

기사입력 2017.08.0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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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수의 행마

문재인 대통령은 역시 고수였다. 실제 문 대통령은 아마 5단의 바둑 실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 치고는 고수의 반열에 드는 그의 기풍 역시 인품을 닮아 진중하면서도 웅혼할 것 같다.


이번 코리아 패싱 소동과 미일 정상과의 전화통화에서 보여준 그의 행마, 행보가 바로 그렇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과 오후에 미국과 일본의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날 연쇄 통화를 통해 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도발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한··일 공조 방안을 협의했고, 자신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다시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오전에 1시간 가까운 통화를 했고, 아베 신조 총리와는 오후에 25분 정도 통화를 했다.


특히 이날 한·미 정상 간 통화는 미국 각계 인사들의 대북 강경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국내에서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핏대 올린 목소리가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큰 관심사였다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혀 대북 선제타격 또는 예방전쟁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문대통령은 또 남북 적십자회담 및  군사당국회담 제안이 인도적 조치이자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통한 긴장 완화를 위한 것으로 대화의 문이 아직 열려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외교·평화적 해법이 유일한 선택지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후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고, 아베 총리 또한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

 

양수겸장의 묘수

 

문대통령은 바둑의 고수지만 이번의 미일 양국 수뇌와의 연쇄 통화는 장기의 양수겸장의 묘수를 던진 셈이었다.


한미동맹이며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보수층에게는 한미일의 협력이 굳건하고, 우려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진보, 평화 통일론자들에게는 무력을 절대 사절하면서 대화와 타협에 방점을 찍는 평화 드라이브가 자신의 한반도 정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제재에 대한 언급은 피할 수 없었지만 이 또한 전략적으로 적당히 안배되고 절제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측은 이날 미일 양국 정상과의 연쇄 통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를 통해 한반도 안보 논의에서 우리나라가 소외된 것 아니냐는 코리아 패싱우려가 불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코리아 패싱은 한반도 관련 사안을 다루는 논의에서 당사국인 한국이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지난 4월 말 대선 TV 토론 때 유승민 후보가 먼저 꺼냈고 문후보가 모른다고 해서 알려진 말이다.


사실 이 코리아 패싱이란 말은 원어민인 미국인과 영국인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정체불명의 용어다. 이 말이 유 후보의 입을 통해 불거졌을 때 외교 당국자라 할 수 있는 당시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 등 타 국가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곧장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간 상황을 재팬 패싱(Passing)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얘기하는데, 재팬 패싱조차 일본의 시사 상식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어쨌든 그 후 이 말은 보수 야권이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말이 됐다. 야권이 패싱의 주요 근거로 주장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의 통화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북한이 화성-14형 미사일을 두 번째 발사한 지 사흘 만인 731일 아베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대북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해지자 야권은 왜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 통화하지 않느냐며 공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통화는 적절한 시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휴가를 떠나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한 목소리로 심각한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코리아 패싱을 자초하고 있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 정부가 82일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하자 야3당은 안보 위기를 물타기 하려는 꼼수라고 비난하면서 안보 왕따 코리아 패싱을 또 요란하게 울려댔다.

 

결론적으로 말해 코리아 패싱은 없다. 문 대통령과 같은 고수에게는 더 그렇다. 우리가 북핵 미사일 문제의 당사자라는 얘기는 일견 당연한 것 같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어폐가 있다. 북한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시험하는 것이 미국을 염두하고 미국을 상대로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일이다. 사거리 1만 킬로미터의 미사일로 코앞의 우리를 공격하려 한다? 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일본을 공격한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다.


미사일 문제에 관한 한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다그러기 때문에 여기서는 패싱이나 왕따가 나올 게재가 아니다

 

우리는 양쪽이 무력으로 충돌할 경우 애꿎은 피해를 입게 돼 있다는 점에서 걱정을 하고, 어떻게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또 다른 의미의 당사자인 것이다. 이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전체 문제의 당사자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핵 미사일 문제는 전략적으로 현명하게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많은 이들이 운전석을 이미 빼앗겼거나 빼앗길 길 판이라고 말하는데, 운전석 이야기는 평화 드라이브에서의 운전석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대화 국면에서의 주도권, 이니셔티브다지금처럼 북한이 미사일을 펑펑 쏴대는 가운데 대화의 테이블은 닫혀 있는 상황에서의 드라이브 석은 위험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실익도 전혀 없다.

 

통화 시점 또한 절묘해

 

지금은 북한이 큰 판을 열자며 미국을 향해 자신들의 배팅 카드를 계속 위험하게 올리고 있어 숨죽여야 하는 숨막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그래서 지난번 상황이 터진 직후가 아닌 1주일 쯤 지나 탱천했던 분기들이 조금 사그라진 시점에서 전화를 걸었던 것 또한 적절했고 절묘했다.


야당의 말대로 미사일 발사 후 즉각 전화했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거기다 대고 그래도 대화해야 한다는 한가한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날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 가운데 매우 주목할 대목이 있었다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궁금해서 여쭤본다. 실제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봤느냐고 했다는 대목이다이 질문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이 핵을 폐기할 때까지 제재·압박을 해야지 대화할 때가 아니다. 내가 제안한 대화는 인도적 조치와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답했다고 알려져있다

 

문대통령의 답변보다 트럼프가 남북대화의 창구가 열려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또 트럼프는 이 국면에서도 남북간 대화를 바라고 있거나 적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인정하고 있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는 점이 주목 된다.


이래도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고 있고 평화 프로세스에서의 운전석을 빼앗겼다고 들이 댈 수 있는지 모르겠다트럼프가 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있고,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이날 통화는 무려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는 유엔 안보리에서 새 대북 제재 결의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을 자랑하듯 기쁘게 언급했고, 문 대통령은 이번 결의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배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는데 추가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이 있고, 중국의 더 강력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에게 주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휴가 복귀 후 첫 번째 공식 일정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로 잡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저지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왕따와 이런 주요 사안이 모두 섭렵 되는 통화를 휴가지에서 한 시간씩 할 수 있을까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일과 한··일은 대화의 장으로 북한을 이끌기 위한 전략적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아베 총리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종적으로 대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압력을 가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데 대해 평가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도달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 외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대화의 끈만큼은 놓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미일 두 정상과의 통화에서 다시금 확인됐고, 두 정상이 행마의 고수 문대통령의 진득한 진정성에 다시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애초부터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 불가한 단어였다. 이제 그 허황한 말이 사라져야 한다.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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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 안도도
    • 휴양지에서 띵까띵까 하고있던 이기적인 도람뿌가 President Moon과의 통화에는 버선발로 달려와 한시간 가량 통화하는 그림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생각 짧은 입진보들은 대통령이 끌려다니네 ㅡ야당은 코리안 패씽이네 하며 씹어대지만 이번 통화에 관한 a-z를 살펴보면 트럼프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 실제로 컨트롤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문재인 대통령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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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아
    • 외교는 이렇게 하는 거죠. 기레기들 코리아 패싱 타령할 때 우리 대통령님은 진짜 외교가 뭔지 보여주셨네요.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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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치오
    • 야당이나 언론들 보면 무슨 사건이 터지면 즉각 해결책을 내놔라 난리를 치는데 인생 어느정도 살아본 사람으로서 지금 돌이켜보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때 차분히 심사숙고하고나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실수가 적었어요.문대통령은 절대 야당과 언론에 끌려다니실 분도 아니고
      모든 일을 하나하나 차례대로 해결해나갈분입니다.
    • 4
  •  
  • Filibuster
    • 와우 좋은 기사입니다!  대통령님 행보에 대해서 제가 봐도 바둑의 고수답게 하나하나 의미가 있고 질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수분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정상들간 통화에 이런 여러가지 의미들이 있었군요!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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