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필진 공지] 필진의 ‘정체성’을 조금 드러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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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공지] 필진의 ‘정체성’을 조금 드러낼까합니다

한 달 조금 넘게 이어진 뉴비씨 편집장의 고민…‘기자’란 무엇인가
기사입력 2018.11.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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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비씨 편집장입니다. 오늘은 평소와 좀 다르게 경어체를 사용한 편지 형식으로 글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편지를 보내는 대상은 기본적으로 독자 여러분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크게는 현재 뉴비씨에 소중한 글을 올려주고 보내주시는 필진 여러분과 앞으로 언젠가 뉴비씨에 글을 주실지도 모르는 미지의 뉴비씨 필진 꿈나무(?) 모두입니다.

바쁘신 분들을 위해 3줄 요약을 먼저 해드리겠습니다.

1. 앞으로 기사의 제목이나 필자 이름 옆에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현을 추가하려 합니다.
2. ‘정체성’이라고 쓴 이유는 반드시 ‘직업’을 표기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3. 아무 정체성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분은 현행 그대로 ‘기자’로 나가도 됩니다.

아래부터는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복잡했던 고민의 흔적입니다. 바쁘신 분들은 그냥 패스하셔도 무방합니다.

스타트.

***

뉴비씨 메인.jpg

예전에는 언론매체에 실리는 기고글 밑에 꼭 붙는 표기가 있었습니다. 

“본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장입니다.

인터넷 언론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매체수도 많지 않아서 더 다양한 여론을 통해 사회 전체에 활발한 토론을 일으킨다는 명분을 충족시키면서 그 글의 내용에 대한 매체가 져야할 책임성은 조금 덜어주게 해준 마법 같은 문장이지요.

지금이야 매체가 셀 수 없이 많아지고 글 자체도 넘쳐나는 시대이다 보니, 제한된 지면에 어떤 글을 넣는지 그 자체가 편집권자의 취향과 정체성을 반영한다는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나 있어서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잘 쓰지 않는 표현 같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10월 개편 이전까지 뉴비씨는 외부필진의 이름 뒤에 ‘시민기자’라는 표기를 했습니다.

현재는 시민을 떼고 그냥 기자로 표기하고 있고, 제가 편집장을 맡기 전까지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냥 ‘기자’라고 표기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시민기자’라는 표기를 쓰기 시작했던 것은 해당 기사의 작성자가 일반 시민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독자들에게 작성자가 기사 쓰기 훈련을 받지 않은 점에 양해를 구하면서 동시에 ‘시민의 여론’이 이렇다는 것을 어필하는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해서 였습니다.

그런데, 10월 개편을 계기로 ‘시민’을 떼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조금 비겁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라는 이름 안에는 이 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 해당 매체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 아닌가 싶었던 것입니다.

유사언론.jpg▲ '언론'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차마 '언론'이라고 부르기 힘든 매체들이 참 많지요.

포탈 뉴스 댓글란에 종종 보이는 관용적 문구 중에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것이 있습니다. 

해당 기사의 내용이 너무 주관적이거나 신변잡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네티즌의 ‘주관적’인 생각을 표현한 것이죠.

그런데 ‘기사’라는 단어의 한자(記事)는 ‘어떤 사실을 기록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어떤 사실’이라는 말에는 사안의 경중이나 분야, 주제를 한정짓는 어떤 의미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아무나 기자질 하네’라는 취지의 댓글도 여러 매체의 기사를 둘러보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 기자가 쓴 기사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혹평을 돌려(?) 말한 것이죠.

저는 예전부터 기자후배들에게 종종 ‘기자’는 아무나 하는 거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기자는 기사를 쓰는 사람이죠. ‘기자가 기사를 쓰는 것’(다른 말로 ‘사실을 적는 것’)에 어떤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 좋은 기자와 나쁜 기자가 갈릴 수는 있지만, 기자가 되어 기사를 쓰는 것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썩 나쁘지 않은’ 기사를 보도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글쓰기 훈련과 신선한 기획 그리고 편집자의 필터링이 필요하기는 합니다.(‘글쓰기 훈련’이 너무나도 넓은 바운더리를 안고 있고, ‘편집자의 필터링’이 지적 정신적 노가다라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뉴비씨 광화문을 밝히는 촛불 뉴스.png
 
‘깨어있는 시민들의 깨어있는 목소리’를 지향하는 뉴비씨는 설립 초부터 시민기자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개편에 맞춰서는 ‘파워 페부커’들을 필진으로 대거 영입하기도 했지요.

개편 이후, 최근 한 달이 좀 넘는 시간동안 저에게는 고민해왔던 화두는 보다 넓고 다양한 필진을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지금 확인해보니 이 글감을 처음 잡은 것은 10월 20일 이전이었네요)

이와 관련해 권순욱 대표가 제안했던 방식은 근래 들어 SNS 파워 유저들을 엄청나게 끌어 모으고 있는 한 중앙일간지가 하는 것처럼 기사 제목에 필자의 이름과 직업을 명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신문 오피니언.jpg▲ 서울신문 오피니언 섹션. 필진 수도 어마어마 하지만 섹션 역시 참 다양하게 구비되어있다.

‘문호가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가장 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제가 선뜻 이 방식을 선택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이유는 우선 ‘상근 기자와 시민 기자를 나누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첫 번째 였습니다.

더불어, 어떤 글을 대중에게 선보이면서 타인에게 드러내는 나의 정체성이 과연 출입국 신고서에 기재하도록 되어있는 ‘직업’ 하나 만으로 규정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회의감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다른 매체가 아니라 ‘뉴비씨’에 실명을 걸고 기사를 올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이 많았습니다. 명예로움과 부담감이 함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그리고 이런 결정이 ‘편집자로서의 책임’을 조금이나마 회피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브이_포_벤데타_가이_포크스_데이_051.jpg

영화 ‘브이 포 벤덴타’는 개개인으로서 공권력과 부당한 폭력 앞에 무력했던 시민들이 똑같은 가면과 망토를 뒤집어쓰자 거대한 흐름이 되어 체제를 전복하는 대열을 만들어내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고 볼 예정인 분이 있다면 스포 죄송)

‘기자’라는 이름도 어쩌면 시민들에게는 가면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라는 가면 뒤에 숨어있던 개별 기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비판하는 것이 엄청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한 ‘작전세력(?)’ 주동자의 제안은 그래서 너무나도 유효한 작전이자 전략이었습니다.

노룩랭킹.jpg▲ 김무성의 ‘노룩 패스’가 낳은 씨앗이 jTBC의 ‘노룩 취재’로 싹을 틔워 ‘노룩 뉴스’라는 나무의 ‘노룩 랭킹’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여러 고민 끝에 결론적으로 내린 방법은 기사 앞부분 요약문에 제시한 것 그대로입니다.

※스크롤 올리기 귀찮으실 것 같으니 다시 붙여넣겠습니다.
1. 앞으로 기사의 제목이나 필자 이름 옆에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현을 추가하려 합니다.
2. ‘정체성’이라고 쓴 이유는 반드시 ‘직업’을 표기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3. 아무 정체성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분은 현행 그대로 ‘기자’로 나가도 됩니다.

기사를 송고하는 기자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정체성은 워킹맘이나 주부, 회사원 같은 것이 될 수도 있고, 시민, 한국인, 덕후, 문파 등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시행은 필진분들이 답변을 주시는데로 순차적으로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뉴비씨에 소중한 기사 올려주신 필진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또한 아직 지켜보고 있는 예비 필진분들에게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리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끝)


뉴비씨.jpg

 

※ 끝까지 스크롤하는 분을 위한 쿠키.

개편 과정에 기획했던 뉴비씨의 새 모델은 화제성 있는 글이나 이슈를 소개하는데 중심을 둔 ‘큐레이션 미디어’였습니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큐레이션 미디어들은 저작권 따위 무시하는 용감한(?) 운영으로 엄청난 광고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소문도 들립니다만….

저의 업무스타일 때문인지 아니면 뉴비씨에 우호적인 필진들의 특성 때문인지 여전히 전반적으로는 길고 진지한 글을 주로 싣는 ‘진중한 매체’로서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큐레이팅만 하면 일이 훨씬 쉽고 즐거울텐데 굳이 ‘데스킹’을 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잠깐 생각해봤는데, 어쩔 수 없는 편집 덕후라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쿨럭. 자승자박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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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  
  • 민족정론뉴비씨
    • 뉴비씨가 최고다.
      얼른 성장해서 기레기들 패고 다닙시다
    • 1
  •  
  • okgiyoung
    • 와 그러면 나도 현장기자 되는건가요? 이거 완전대박
    • 0
  •  
  • 해팔
    • 좋은 매체로 쭉 성장하시길.
    • 1
  •  
  • 파드마
    • 우리의 '탁~'편집장님, ^^

      고민이 물씬거리는 글임에도
      ㅎㅎㅎㅎㅎㅎ 크게 웃었답니당.
      글이 참 잼나고 맛깔스러워서.

      웃음 속에 '감동'이 녹아있음을
      우리의 "탁" 편집장님은 아시리!!
    • 1
  •  
  • 샤인
    • 한달 넘게 고민한 흔적이..어떤 형태든 응원보냅니다!
    • 1
  •  
  • Soo
    • 신뢰받는 언론으로 성장하길 늘 응원합니다
    • 1
  •  
  • 루트
    • 탁편님 고민 오래하셨네여. 더 좋은 매체가 되기위해 노력 해온대로 가심되죠. 두려워하지마시라~ㅎㅎ
    • 1
  •  
  • 푸나
    • 개편 이후로 다양한 주제의 기사들이 올라와서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뉴비씨 화이팅!
    • 1
  •  
  • Tim문파
    • 그런데 공감표시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비씨 흥해라~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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