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내가 물려받은 노무현 유산은 ‘이념을 극복한 실익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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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려받은 노무현 유산은 ‘이념을 극복한 실익주의’다

그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한 대학생의 고백
기사입력 2018.10.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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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는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중학생이 되기 전에 퇴임했다. 초등학교 시절의 나에 대해서조차 정말 어렴풋이 기억하는 정도인데 당시의 세상에 대해서 선명하게 기억할 리 만무하다. 


그에 대한 최초의 선명한 기억은 퇴임 이후인 2009년, 바로 그의 서거 때였다.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고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리에서 호외를 접했다. 뉴스에서도,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애통함이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를 추모하고자 만든 영상을 통해 평생을 대한민국의 모순을 극복하는 데에 헌신한 소탈하고 뜨거운 어른을 만날 수 있었다. 


9년 동안, 사람들은 노무현에 대해 정말 많이 이야기했다. 노무현을 잘 몰랐던 나에게는 온통 다 새로 듣는 이야기였다.


그 모든 이야기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가슴 아팠던 이야기는 ‘한미 FTA에 대한 지지자들의 반대’에 관한 것이었다. 요지는 노 대통령이 보수에 굴복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다는 내용이다.


김현종20070824_59729_노무현사료관.jpg▲ 2007년 8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현종 주유엔대사 외 9개국의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인왕실로 향하고 있다.

이데올로기를 잘 알지 못하지만, 얼핏 세상은 보수와 진보의 논리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진보 대통령이라는 노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이 의문을 항상 품고 있었다. 


과거의 나는 관성적으로 진보를 추구했던 듯하다. FTA가 기득권의 부만을 증대시켜 권력 구조를 더 공고히 하려는 상류 사회의 전략이라는 소리를 믿었다.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기득권의 전략을 왜 노무현 대통령은 ‘FTA 대통령’이 되면서까지 실행했을까.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단순한 말만 접했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었다. 


origin_임명장받는김현종통상교섭본부장.jpg▲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7년 8월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차관급 공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현종 통상교헙본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전까지 대통령이 수여하던 각 부처 차관 등에 대한 임명장을 처음으로 국무총리가 수여하게 된 것은 앞으로도 국무총리의 역할을 중요시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통상교섭본부장에 참여정부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현종 본부장이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전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한미 FTA 재-재개정안에 서명함으로써 양국 간 무역의 불확실성을 종식했다.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출신이기 때문에 그를 모셔왔을까. 아니면 FTA는 이미 대한민국 통상 전략으로 뿌리내린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일까. 


대학에서 국제통상을 두 번째 전공으로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나라 통상 정책에 관심이 간다.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한다.jpg
김현종 본부장의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한다』를 간략하게나마 읽었고 <국제무역이론>을 비롯한 몇몇 강의를 듣다 보니 내 지식이 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무역은 무역하지 않았을 때보다 이득이 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 사회는 다자간 협상인 WTO를 출범시켰고 동시에 양자 간 협상인 FTA를 체결하고 있다.


둘 다 자유무역을 위한 조약이지만 WTO는 여러 국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협상이 더디다. 


이 때문에 세계 여러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FTA를 체결할 국가들을 찾아 나선다. 관세 인하를 비롯한 여러 조항을 확정 짓고 시행하게 되면 체결 당사국은 비체결 당사국보다 훨씬 이익을 본다. 


이를 두고 김현종 본부장이 본인이 저서에서 한 말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FTA는 제3국에 대한 차별이 본질이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으면 불리해진다. 무정책은 현상 유지는커녕 손실과 고립을 초래한다.”


자유무역이 양극화를 유발한다는 비판은 당연히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경제 구조를 선순환 구조로 만드는 방법으로 해결해야지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숨 가쁘게 국익을 위해 협상을 체결해 나가는 국가들 틈바구니에서 FTA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상류사회의 부가 늘어나지 말라는 것을 넘어서 전체 국민의 소득 수준이 줄어들고 고립되어 장기적으론 낙후된 국가가 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진보 진영 또한 국정을 책임지는 자세 차원에서 국익을 중요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바로 이러한 실익주의의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FTA를 통상 전략의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진보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현종 본부장을 임명한 것이다. 


origin_브리핑하는김현종통상교섭본부장.jpg▲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9월 수출입 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9월 수출은 505억8000만달러, 수입은 408억4000만 달러이며 무역수지는 9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9월 수출은 조업일수가 추석연휴로 4일 감소했으나 일평균 수출은 사상 최대인 25.9억 달러를 기록해 연중 6번째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관성적으로 어느 한 진영을 택했던 양단의 사고방식은 낡았다는 소리다. 세상은 이념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이념으로 좋아지지도 않는다. 


이념 시대의 유산이 걷어지지 않은 10대를 보냈다. 그러나 노무현과 문재인 두 지도자를 겪으며 여러 번 생각하고 고민했다. 그리고 이념이 아니라 책과 학문의 도움을 받아 깨우쳤다.


노무현을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로서 내가 물려받은 노무현의 유산, 지역주의 극복과 시민주권 주의 말고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바로 ‘이념을 극복한 실익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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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 이윤정
    • 읽기가 편한 기사네요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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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버즘
    •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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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tiramisu
    • 기사 감명깊게 잘읽었어요 앞으로도 좋은기사와 논평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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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영
    • 글이 참 쉽게 이해되면서 핵심은 놓치지 않았네요. 이런 글 종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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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상
    • 좋은 기사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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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우미
    • 너무길지않고 읽기 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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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재조산하
    • 잘 읽었습니다.
      권순욱기자님과 김반장님의 팟캐 [권앤장의 노무현시대]를 학습하는 자세로
      열심히 들으려 합니다.
      지난 10일 컴백한 권순욱기자님께서 방송에서 "좋은 사람"을 언급하셨죠.
      '좋은 글'을 써주신 노진탁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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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타크
    • 어떻게 읽힐까 걱정했는데 댓글로 격려해주셔서 모두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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