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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경청의 리더쉽과 엄마 리더쉽

[안동일논설위원 기자 ahndo77@daum.net]
기사입력 2017.07.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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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dd6ffcd1855ed7db650bc4b8a8206_1500082440_7145.png           ​문대통령이 청와대에서 5부 요인들에게 이번 외교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취임 11주 만의 첫 주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금요일을 포함해 주말 3일간 내부 회의나 보고를 받는 것을 제외하면 공식일정 없이 향후 정국 구상 몰두에 들어갔다. 처음있는 '일정 없는 주말'이다.

 

보좌진들의 강력한 건의가 받아들여졌다는 얘기다다행이다.

 

금요일이었던 14일 외부 일정은 없었지만 대통령은 열심히 일했던 모양이다.오후 무렵 청와대를 관람하던 여중생들이 대통령님’ 하고 소리치자 대통령이 여민관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이 SNS를 타고 전해졌다.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을 놔두고 비서실이 있는 여민관에서 일상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이날 문 대통령의 모습은 팔을 걷은 노타이 와이셔츠 바람으로 열심히 일하는 전형적인 그 모습이었다여민관은 본관보다 정문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상대적으로 협소하고 덥지만 업무에는 실용적인 곳이다.

 

이날 대통령과 관람객들의 로미오와 줄리엣 식 발코니의 만남은 동영상으로도 찍혀져 SNS에 퍼졌다대통령은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창문을 열고 두손을 흔들며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그러면서 대통령은 트위터에 직접 글을 올려 "모든 국민이 즐겁게 청와대를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각별한 인사를 했고 수많은 시민들은 저마다 댓글을 달아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자발적으로 낯 뜨겁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요즘 젊은이들 말로는 이불킥이라고 한다는데 계속 그것을 하게 만든다.

 

당선되던 날 안희정 충남지사가 광화문에서 수천 지지자들 앞에서 뽀뽀를 할 때부터 그랬다다음 날 안지사는 SNS에 아 이불킥’ 이라고 했다그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5.18 민주 항쟁 기념식서 유복녀를 말없이 안아줄 때 우리는 함께 펑펑 울어야 했고어려운 여건 속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국산 미사일 발사를 성공시킨 과학자들을 안아줄 때 감격해 하던 그 박사들 못지않게 국민들도 감격 했다.

 

그리고 해외 순방길에 오르는 공항에서 정비사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던 모습에서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아하.

 

미국과 베를린에서 우리 국민들을 자랑스럽게 했던 많은 순간들은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하다이래서 지지자들은 남들이 낯 뜨겁다고 하건 말건 대통령을 자랑하고 지지와 애정을 표현한다. 

 

책 한권의 읽어도 허투루 넘기지 않아

 

어쨌든 이런 문 대통령이 모처럼 주말에 여유 있는 시간을 갖고 있다아마 취임하고 처음이 아닐까 싶다. '휴식'이라고 하지 않고 '여유'라는 표현을 쓴 것은 현안이 산적해 있기에 문 대통령 성격상 업무를 완전히 손에서 놓아버리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읽어도 결코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소설의 경우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며 동선과 생각의 흐름까지도 기억해 내 작가도 놀라게 한다고 한다

 

달력을 펼쳐 세어보니 취임하고 정확히 11번째 맞는 주말이다.

 

청와대 참모들과 직원들에게는 주말에 카톡과 같은 SNS도 꺼놓으라고 한다면서 정작 본인은 주말이 없었다취임 첫 주말에 모처럼 휴식하자고 하더니 기자들과 산행을 했고, 그 다음 주에는 급한 일정으로 양산 자택에 내려가 그 곳 주민들을 만나고 애견 마루와 애묘 찡찡이를 데려왔다.

 

모처럼의 일정 없는 주말에 대통령이 어떤 구상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 인선 등 조각의 마지막 작업이며 일자리 추경 문제,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 등 현안이 만만치 않다쉬라고 해도 쉴 수 없는 극한직업의 숙명이라고나 할까그런데 앞으로 청와대를 찾는 관람객들이 여민관 앞을 지날 때마다 대통령님하고 소리칠까봐 걱정이다.

 

현안 중의 현안은 야당과의 관계다다시 말해 협치의 문제다. 

 

협치의 문제연정의 문제라고 하면 며칠 전 대통령이 만나 서로 강렬한 인상을 주고받았을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떠오른다그의 '엄마(무티, mutti) 리더쉽'이 떠오르는 것이다.

 

필자의 머릿속에서는 이번 베를린 한독 정상회담서 메르켈 총리가 국민의 41% 지지를 받고 당선됐는데지지하지 않은 나머지 유권자는 어떻게 끌어안을 생각이냐고 질문했다는 대목이 내내 떠나지 않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그 질문에 문 대통령은 빠른 성장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경제적 불평등 해소가 필요하다는 모범 답변을 했고,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나서서 지지도가 가파르게 높아졌다는 보충 답변을 해 메르켈이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 그 후 메르켈의 구체적 반응이나 코멘트는 알려져 있지 않다여기저기를 다 뒤져봐도 그렇다비공개 회담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그 질문이 문대통령의 아픈데를 찔렀고 무례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질문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메르켈리즘 무티 리더쉽 참고해야

 

항상 과반을 넘지 못해 연정을 해야 하는 메르켈로서는 동병상련의 심정을 담아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려 했기에 그런 질문을 던진 게 아닌가 싶다.

 

이번 한독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이며 회담 분위기, 그리고 회담 후 보여준 모습을 보면 메르켈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도발할 이유는 전혀 없다.오히려 메르켈은 문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호감을 여러 차례 보였다회담 당일 청사를 떠나면서 우리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따라하게 만든 국민사랑교민사랑의 모습은 독일의 지지자들에게도 "이런 대통령 있으면 나와 보라"고 소리치게 만들지 않았던가.

 

알다시피 메르켈은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그리고 동독 출신으로 총리직에 오른 이래 3선에 성공해 12년째 집권하고 있다그런데 그는 3번 모두 연정을 해야 했다과반의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첫 번째 임기 때는 사민당과의 대연정두 번째는 자민당과의 소연정세 번째인 현재도 사민당과 대연정을 하고 있다

 

독일의 정당지형을 보면 우리보다 훨씬 복잡하다기민당과 기사당은 보수 자매정당이다두 당은 연방의회에서 단일 교섭단체로 활동한다제일 큰 사회민주당은 진보 정당이다기민당의 오른쪽에 자민당이 있고, 사민당의 왼쪽에 민사당이 있다환경정당 녹색당도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기타 극우 극좌로 분류되는 소수정당이 있다.

 

메르켈 리더십의 특징은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서도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꼽고 있다이를 메르켈리즘이라고 부르고 있다그의 리더십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는 소통능력이다메르켈은 상대의 말을 자르거나 거절하지 않고 따뜻하게 들어주면서 소통으로 설득하는 능력을 발휘해왔다.

 

그를 잘 아는 측근은 총리는 중요한 정치 현안과 관련해 각 정당의 의견을 경청한다시간을 두고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도록 기다린다현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길 기다리고 그것을 토대로 결정을 내리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한다.

 

문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유로존 위기 때도 각국 대표들이 발언을 하게 하면서모든 상황을 경청하고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최대공약수를 만들어냈다그때 메르켈은 17시간이나 기다리면서 모두의 말을 들었다.

 

실제 메르켈은 그동안 좌파의 정책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등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면모를 보여왔다징병제 폐지가정 복지 강화양성 평등 정책 등 사민당과 녹색당의 핵심 주장을 전격 수용했으며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원자력 발전소 폐기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이전까지 원전 신봉자였던 메르켈의 대변신이었다.

 

퇴근후에는 직접 수퍼마켓서 장을 보고, 주말 별장에서 키운 채소로 친구들을 대접하며 농담을 즐기는 소탈하

고 여유있는 모습에 친근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자식이 없어도 무티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온화하고 따뜻한 모성을 느끼게 하는 마력을 가진 것이다. 

 

만나면 풀리게 돼 있어

 

영국의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메르켈리즘의 특징을 첨예한 갈등 이슈를 둔화시키는 능력으로 정의하고메르켈은 비전이나 이데올로기 같은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 등 실용주의자의 모습을 보이면서 반대 세력과의 첨예한 갈등을 진정시키는 전략을 실천해왔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필자가 마지막으로 독일 취재를 다녀온 것이 통일 직후인 91년이었으니 벌써 사반세기, 25년 전이다그래도 독일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다호텔의 비누는 딱딱하고 투박했지만 때는 잘 빼줬고멕도날드 식당에서도 모두 냅킨은 한 장씩만 뽑았고지하철에서 칭얼대는 아이는 옆의 할아버지가 혼내줬고수퍼마켓에서는 모두 장바구니를 썼던 그런 나라였다독일과 독일인그들은 통일을 이룩한 나라였다.

 

대통령도 지금 분명 독일독일인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독일 순방기간 중 밝힌 '베를린 구상'을 가다듬는 것도 독일 생각의 하나 아닌가.

 

우리 대통령의 특징을 측근들은 경청이라고 꼽고 있다그렇게 상대방의 말은 잘 들어 준다는 것이다말을 들어주면 상대방의 흥분은 가라앉게 돼 있고 오해는 점차 풀리기 마련이다.

 

실타래처럼 얽히고 꽁꽁 막혀있던 정국이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의회 의사일정과 추경 테이블에 복귀하기로 했고, 19일에는 여야 각당 대표들과의 청와대 오찬이 추진되고 있다다행한 일이다.

 

세상 일은 만나면 풀리게 돼 있다어떤 식으로든 진전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경청이라는 미덕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진정성에 대한 진한 경험일 것이다. 이래저래 시간은 문대통령 편이다

 

대통령에게는 엄청난 자산이자 무기가 있다그날 밤 이불킥을 할 망정 중인환시리에 목소리 높여 대통령을 지지하고 온몸으로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문꿀오소리들이 바로 그들이다대통령 지지도가 80퍼센트 대에 머물고 있는 데 그 중 절반 쯤은 확실한 그들이 아닐까.

 

뉴비씨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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