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고일석 칼럼] 나의 자영업 퇴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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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석 칼럼] 나의 자영업 퇴출기

자영업자 줄이기, 자영업 살리는 유일한 길
기사입력 2018.07.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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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요즘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얘기되어지는 자영업자들의 실태를 보면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내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1.


나도 자영업을 오래 했었다. 마트에서 어떤 브랜드의 점포를 운영했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혹은 꽤 많이 더 주면서, 식비도 따로 지급하고, 남들 안 하던 주5일 근무제 하느라 옆 가게보다 한 명 더 고용을 해도 그럭저럭 운영할 수 있었다.

 

때로 알바생들보다 내 수익이 적거나 더 나아가 적자가 나기도 했지만, 소위 ‘대목’ 때 벌충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알바생들보다는 조금 더 벌면서 지낼 수 있었다.

 

그때는 참여정부 때여서 지금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저임금이 급속하게 올랐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내 영업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이전과 이후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는 대형 마트들이 경쟁적으로 신규 점포를 확장해나갈 때다. 부산에서는 역대급 대형 매장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의 동시에 오픈하는 일도 있었다.

 

인근에 다른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 내 매출이 25%쯤 떨어졌다. 갑자기 상권이 폭발한 것도 아니고 빤한 배후 인구를 놓고 나눠먹기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신규 마트가 오픈하면 개별 점포의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늘어난다. 마트에 입점하는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마트나 브랜드나 개별 사업자의 매출에는 전혀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매출이 떨어진다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고객 DB를 따로 만들어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 놀 때 더 열심히 일을 해서 매출을 올릴 수도 없었다.

 

인근에 한 개, 두 개까지 대형 마트가 들어설 때까지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는데 세 개가 생기고 나서는 더 견딜 수 없어서 일을 그만 뒀다. 내 자리를 물려받은 분은 아마도 알바도 덜 쓰고 최저임금에 딱 맞춰주면서 버텼을 것이다.

 

 

2.


자영업은 직장 노동자들의 여집합이다. 자영업자들은 오로지 직장인들 바라보고 장사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종일 매장을 열어놓는다고 해도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 이후다. 그리고 업종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마트의 경우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하는 시간은 직장인들이 쉬는 휴일이다.

 

그래서 황제노조 소리를 듣건 뭘 했건 직장 노동자들이 월급을 많이 받아야 자영업자들 수지도 좋아진다.

 

삼성전자의 매출이 몇 조가 됐든, 대기업 임원의 연봉이 몇 십 억이 됐든 자영업자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직장인들 월급이 단돈 1만원이라도 오르는 게 자영업자들에게는 더 중요하다.

 

 

3.


한두 번 사업을 접으면서 느꼈던 것은 사업을 하는 동안에는 정부로부터 이런 저런 지원이 있지만 사업에 실패해 접을 때는 나라가 나를 위해 해주는 게 정말 아무 것도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비록 내 능력 부족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해도 뭔가 앞가림이라도 할 수 있도록 거들어주는 뭐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밀린 세금이며 부채며 지금은 기억도 하기 싫은 그 모든 것들을 오로지 나 혼자 모두 짐져야 하는 것이 정말 버거웠다.

 

게다가 실패의 낙인은 상당히 오랜 기간 족쇄로 작용한다. 세금 체납 기록과 정부 융자금 연체기록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내 신용정보에 남아있다.

 

이제 사업 욕심은 전혀 없지만 혹시 뭐라도 구상해본다고 해도 정부 지원금은 물론 제1금융권에서의 자금 융통이 완전히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을 누군가가 일러주고 거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족쇄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어도 한결 가볍게 할 수는 있었다.

 

 

4.


편의점은 대표적으로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자영업 업종이다. 어떤 면에서는 기업에서 본의와는 무관하게 퇴출되거나 정년 등으로 퇴직한 많은 직장 노동자들을 흡수하는 완충 작용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 비록 급속하게 인상됐다고는 하나 말 그대로 200만원도 안 되는 급여도 줄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것은 최저임금 그 자체보다는 ‘과포화’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편의점 업체들의 묻지마 출점의 탓이 크다.

 

마트나 입점 브랜드가 그러하듯 편의점 역시 본사 입장에서는 개별 매장의 매출이 떨어져도 한 개라도 매장을 더 많이 내는 것이 남는 장사다. 그러다보니 최근 몇 년 간은 거의 미친 듯이 편의점 매장이 늘어났다.

 

최저임금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정책이나 수수료가 어떻게 되든 편의점 문제는 매장의 감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당연히 현재 편의점 업주의 상당수는 사업을 접어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가 대상으로 하는 사업자들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지급 여력이 있는 사업자와 없는 사업자.

 

최저임금 제도는 기본적으로 지급 여력이 있으면서도 저임금을 고수하는 사업자들에게 국가가 임금 인상을 강제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 지급 여력이 없고, 앞으로도 갖추기 어려운 사업자들에게 사업 포기를 유도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원래의 취지와는 별도로 지급 여력이 부족한 사업자들의 퇴출을 전제로 하고 있다.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에라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 확대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는 사업자들은 최대한 지원하면서 명맥을 이어가게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회생이 어려운 한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퇴출을 전제로 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안전망이다. 나는 이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전혀 받은 적이 없지만, 그런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든든한 부분이 있었다.

 

이것을 좀 더 튼튼하고 촘촘하게 만들어서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등의 자영업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업자들은 과감하게 사업을 포기하고, 잠시 사회안전망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차분하게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 원리대로라면 자영업이 이렇게 힘들면 자영업의 수요가 줄어들고, 그러면 점포의 임대 수요도 줄어들어서 임대료도 낮아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언제나 점포 임대료는 요지부동이다.

 

왜 그럴까? 어떤 가게가 망해서 나가더라도 퇴직금을 들고, 혹은 창업지원금을 들고 그 자리에 들어오려고 기꺼이 계약금을 지불할 예비 자영업자들이 언제나 줄을 서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최대 고객은 직장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직장에서 떨려나는 순간 이 최대 고객은 자영업자들의 경쟁자가 된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영업의 문제에 있어서 최저임금은 그야 말로 후순위 중의 후순위다.

 

자영업자의 수를 안정적으로 줄여나가는 것, 그리고 직장 근로자들을 무책임하게 자영업의 세계로 내몰지 않는 것, 이것이 자영업자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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