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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폼페이오의 이번 평양 방문이 남긴 메시지

본격적으로 시작된 2라운드 신경전
기사입력 2018.07.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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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_노동신문폼페이오장관평양도착보도.jpg▲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끄는 고위급 회담 대표단의 평양 도착 소식을 7일 보도했다.
 
닦달하듯 추궁한 ‘비핵화 시간표’


지난 주말, 평양에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첫 번째 북미 고위급 회담이 치러졌다. 서로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미국이 비핵화 시간표를 내놓을지, 이런 것들이 관심이었다.


회담 후 미국 측 폼페이오 장관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미국 내 협상 회의론자들이 목소리가 한층 커지게 된 것은 평화를 바라는 시각에서는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협상의 운명이 의문에 빠졌다’거나 ‘북한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주장이 언론과 정치권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회의론에 휘둘리지 말고 앞으로 협상이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으로서는 트럼프만한 상대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트럼프는 이래저래 고립무원이다. 그에게 힘을 실어 줘야만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에 불붙은 미중 무역 전쟁도 트럼프로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악역을 자처했다고 하지만 미국 내 여론은 냉담하다.


이번 폼페이오 방북 북미회담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무역전쟁 여파로 미중 간 긴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한미일 외교장관이 최근 모여 대북제재가 공고하다는 것을 확인했던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눈여겨봐야 한다.


북-미 협상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까지가 1라운드였고 이제 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1라운드가 우여곡절을 겪었듯이 2라운드에도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애당초 많은 이들이 ‘디테일로 가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었다. 이번에 미국은 즉각적인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고, 북한은 종전선언과 경제 제재 해제 등 동시적인 조치를 들고 나와 이런 요구들이 충돌했다는 분석이다. 총론의 합의 이후 각론에서의 이견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포괄적인 탑-다운식 합의이기 때문에 실무회담으로 내려가면서 디테일에 악마가 있을 것이라고 했었는데 역시 그랬던 모양이다.


하긴 70년간 꽁꽁 묶여 있던 매듭이 단박에 풀어져 획기적인 성과를 바랬다면 이는 너무 성급한 것 이 아닐 수 없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origin_기자회견중질문듣는폼페이오美장관.jpg▲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강도적 요구다’ vs ‘우리가 강도면 세계가 다 강도냐’


이번의 북미간 충돌은 한마디로 즉각적이며 완전한 비핵화 조치의 계획표 제출과 이에 상응하는 동시적 반대급부 약속간의 충돌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또 북한에 해준 건 무엇이냐고 볼멘소리를 던질 만 한다. 하지만 이러다 보면 갑론을박이 계속될 뿐이다.


북한이 상대방인 트럼프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그의 체면을 세워 준다면 미국에서도 북한의 단계적·동시적이라는 방안에 어느 정도 성의를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양측의 관계는 승전국과 패전국의 관계가 아니다.


지금 현재의 상황을 보면 폼페이오 장관이 떠난 5시간 만에 북측은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한 것이 ‘강도적 요구’라고 논평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에서 ‘우리가 강도면 세계가 다 강도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난기류 속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서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하는가 하면, 북한에서는 ‘미국이 우리의 선의의 인내심을 잘못 파악한 것 같다. 미국에 뭔가 해줄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한 자락씩 깔고 있으면서 유해 송환,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 문제에 대해서는 ‘실무 워킹그룹 회의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파국을 거론하기는 이르다. 


사실 지금 단계에서 급한 쪽은 미국이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까지는 북미대화를 끌고 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필요성이 있다.


이 통에 ‘고래 싸움에 등 터진다’고 자칫 우리 한국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로서의 한국의 역할, 문재인 대통령의 조정의 역할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다.


origin_한미일외교장관北비핵화논의.jpg▲ 강경화 외교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오른쪽 두번째), 타로 고노 일 외무장관이 8일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외무장관을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미일 외무장관은 북 비핵화에 대해 논의했다.

역지사지의 지혜를…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지난번 두 번 방북했을 때는 만났지만 정작 정상회담이 이뤄진 후 훨씬 더 좋은 상황에서 만날 것이라는 예상이었는데, 전혀 예상을 벗어난 일이다.


그만큼 양측의 내심 간극이 컸다는 반증이다.


만약 김영철 부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주지 않았을 때 북측의 반응이 어떨까 생각하면 이번에 만나지 않은 것은 썩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협상은 이견을 좁히고 양보함으로써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양측이 비핵화라는 목표에 공감하고 있다면 협상 과정에서 드러나게 마련인 이견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를 핵무기와 미사일을 망라해 광범위하게 정의한다”면서 “북한도 이를 이해하고 있으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은 전체의 맥락이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북·미 양쪽 모두 판이 깨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미는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해가면서 접점을 키워가야 한다. 역지사지는 이럴 때 떠올려야 하는 사자성어다.


다음번 후속 협상에서는 서로 한발씩 양보해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를 바라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이다.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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