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시민 칼럼] 독립운동가 증손자가 기다리는 ‘3·1운동 100주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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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칼럼] 독립운동가 증손자가 기다리는 ‘3·1운동 100주년’의 의미

후손들끼리 자조 섞인 말 안 해도 되는 나라,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기회
기사입력 2018.07.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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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독립유공.jpg

작년에 아버지께서 한통의 편지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셨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 중 일정소득 미만의 후손들에게 정부에서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안내문, 그 편지가 주는 깊은 감동은 설사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후손일지라도 작지 않았다.

99년 전 3·1 운동이 들불처럼 한반도를 뒤 덮었던 그 시절, 당시 보성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던 필자의 증조부께서는 거창, 합천 지역의 3.1운동을 주도하시다 옥고를 치르셨다. [박남권-독립유공자(공훈록)]

지역 유지는 되었던 집안은 젊은 시절을 그렇게 그 거대한 힘에 저항했던 대가로 일제치하의 엄혹한 시간 동안 몰락하였고, 결국 해방이 되었어도 그의 후손들은 냉혹한 격동의 근현대사에 내팽개쳐버렸다.

소실된 근거 자료를 찾기 위해 필자의 조부께서 수십년 간 해매였던 끝에 김영삼 정부에 들어서서 독립유공자로 간신히 인정을 받았으나 이미 증조손인 내가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시절이었기에 대학등록금 지원, 공무원시험 가산점과 같은 손자까지 보장되는 혜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마 조금 더 일찍 유공자로 인정을 받았다면, 기울어진 가세 속에서 단지 등록금이 가장 저렴했던 까닭에 사범대를 진학하셨던 아버지의 삶과 인생이 매우 달라졌으리라.

독립운동가의 후손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촌들 중에 재산과 소득수준이 모자라 생계비 지원을 받게 된 분들이 절반에 가깝다는 사실이 증명하듯, 나라는 해방이 되었어도 그에 대한 응당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친일파 재산환수에 나서자 친일파의 후손들이 수십억 수백억대 소송을 거는 것을 쓴웃음을 지으며 쳐다보았고, 친일파들의 재산환수에는 신나하면서도 독립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혜택을 강화해야한다는 기사에는 ‘공무원 시험 힘들어지면 어쩌냐’는 반응만 달리는 시대를 지났다.

만주군 출신 군인과 그의 딸이 대통령을 하고, 일제에 비행기를 기부하는 사람의 후손이 거대여당의 대표를 하던 세상 속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의 삶은 순탄할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독립유공자와 그들의 후손은 단지 귀찮은 변방인에 불과하였다.

집안 모임에서 필자의 친척들 중 몇몇이 “증조부께서 친일을 하셨다면 지금의 우리의 삶이 이럴까”하는 자조 섞인 말이 농담처럼 나올 정도였던 시대, ‘과연 자랑스러운 증조부의 후손인 우리들이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똑같은 선택을 하는 게 옳은 걸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하는 시대를 보내왔다.

단순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온라인 세상 속에서 여전히 기득권과 권력에 기생하는 그 거대한 어둠과 답이 없는 전쟁만 끊임없이 벌여야 했으며, 대부분의 경우 그 전쟁에서 승리를 얻는 건 우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2016년 늦가을, 그 엄혹한 시대의 어둠을 독립유공자의 후손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퍼트리던 만주군 장교의 딸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올 때, 필자 역시도 90여년 전 증조부께서 그러하셨듯이 그 자리에 운명처럼 나설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번에도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 속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다.

1박현진 촛불.jpg

그리고 또다시 3월 1일은 찾아왔다.

하지만 비 내리던 그 날 광화문 주위를 꽉 둘러싼 경찰버스 넘어 우리의 저항을 조롱하듯 큰소리로 만주군 딸을 옹호하던 세력은 군가를 틀어댔고, 그렇게 외롭게 촛불을 들 줄 알았던 그 때, 두 달 후 대통령이 되실 그의 근처에서 촛불을 들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의 등을 바라보며 독립유공자 후손의 처우개선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의 삶이 증명하듯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조금쯤은 나은 나라를 만들어주리라는 희망만 조심스럽게 올려놓을 뿐.

1박현진 촛불2.jpg

그로부터 1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그 후, 그의 정부가 필자를 비롯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에게 끼친 영향을 결코 가볍지 않다.

혜택의 수여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은 “국가는 당신의 조상의 기여와 그로인해 겪어야 했던 후손들의 고충을 결코 잊지 않았다”는 마음을 끝없는 연설과, 그에 전혀 부족하지 않는 정책과 행보로 보여주고 있다.

집안 모임에서 더 이상 후손들끼리 자조 섞인 말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나라, 그리고 훗날 필자의 아이들에게 고조부의 행적과 그를 잊지 않았던 국가와 대통령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나라다운 나라의 의미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대통령께서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출범시키며, 3·1운동 100주년을 남북 간의 평화로 기념하고자 하는 포부를 얼마 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그러하였듯 그 뜻 역시 빈말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내년의 3·1절은 지난 100년의 한국근현대사를 넘어 새 시대의 첫차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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