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논평] 쇠는 달궈져 있을 때 두드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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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쇠는 달궈져 있을 때 두드려야

애써 열어 놓은 남북문제와 외교의 빗장을 다시 닫을 수는 없는 노릇
[안동일논설위원 기자 ahndo77@daum.net]
기사입력 2017.07.1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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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인 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한반도 신평화 비전에 대해 환담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노는 물이 들어올 때 저어야  

 

힘이 들어도 노는 물이 들어올 때 저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얕은 곳에서 노를 저으면 모래톱에 걸리게 마련이다.

 

외교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린 문 대통령이 골치 아픈 국내정치에 직면해 있기는 하지만 애써 열어 놓은 남북문제와 외교의 빗장을 다시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각 같아서는 내친김에 신 평화비전에 따른 신나는 드라이브를 주문 하고도 싶지만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 기자들이 이번에 베를린에서 있었던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취재하면서 무슨 뜻에서 였는지 한국 기자들에게 한국 대통령 직이야 말로 극한직업이라 말했다고 한다.

 

저들도 눈과 귀가 있기에 우리 대통령이 얼마나 바쁘게 그리고 힘겹게 뛰어 왔는지 알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문제가 그렇다. 국민들과의 소통은 문제 없는데, 국민들의 성원은 높아만 가는데... 국내정치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지금 단계에서 남북문제를 소홀히 여겨 뒤로 미뤄서는 안된다. 그래서 극한직업이 맞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베를린에서 ‘신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혀 미국을 비롯한 주변 우방 관계국들의 이해와 협조를 약속 받았다. 쇠는 달궈져 있을 때 두드려야지 놔두면 다시 식게 마련이다.

 

대통령이 ‘평화’를 다시 강조한 것은 평소 자신의 소신이기도 하지만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반영한 것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절박성속에서 그 길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과 접점 찾기 어려워

 

핵무기 고도화를 이룬 북한은 선 평화협정 체결 후 핵 협상을 주장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북한은 줄곧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별개의 문제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북핵 문제를 제껴 놓을 수 없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이번 베를린 선언에서도 돌파구를 열기 위해 먼저 쉬운 일인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호응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남북 간 접촉과 대화 재개 등을 북한에 제안했다. 현시점에서 합리적이며 실효성 있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응답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배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는 ‘역사의 창이 열려 있을 때 뛰어 들지 않으면 후회 한다’ 고 하면서 통일 독일의 문을 열었다.

 

1989년 11월 9일, 동 베를린에 있는 동독 중앙정부 청사 브리핑 룸에서는 중요한 기자회견이 이루지고 있었다. 동독 정부의 대변인이자 집권 공산당의 정식 명칭인 사회주의 통일당 선전비서 권터 샤보프스키가 동독 주민에 대한 서독 여행 자유화 조치에 대해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고 있던 것.

 

그때까지 동독인들은 당국의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밟아야 서독 여행허가를 받을 수 있었고 서독인들은 동독 당국의 비자를 받아야 동독에 입국할 수 있었다.

 

이날 샤보프스키는 브리핑에서 “앞으로 동독 국민 누구에게나 출국 비자가 발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내각회의 결정이었다.

 

한 이탈리아 기자가 “언제부터냐?”고 질문하자 그는 즉흥적으로 “내가 알기로는...즉시, 지체 없이”라고 대답했다.

 

와전에 우연히 무너진 장벽

 

이 사실은 즉각 이탈리아를 필두로 전 세계로 타전 됐고 이내 동 베를린에도 돌아서 전해졌다. 소식을 들은 동베를린 시민들은 함성을 지르며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갔다.

 

수천 수만의 시민이 베를린 장벽 검문소로 몰려오자 경비 군인들은 상부로부터 명령을 받은바 없다고 그들을 막았다. 하지만 “텔레비젼도 보지 않냐?”고 소리치는 다수 군중들을 당해 낼 수 없었다. 경비병들은 몰려드는 사람들의 거센 요구에 결국 서베를린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계속 몰려드는 사람에 비해 출입 통로는 턱 없이 좁았고 그러자 청년들은 처음에는 손으로, 나중에는 각종 장비를 동원해 콘크리트 장벽을 허물었다. 이내 베를린 장벽은 곳곳에서 무너졌다.

 

이것이 유명한 ‘샤보프스키의 와전’ 이다.

 

그날 동독 내각의 결정은 즉각적인 국경 개방이 아니었다. 사실 이 결정은 다음날 오전 4시부터 시행될 예정이었고 출국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에 신청하는 등 절차를 밟아야 했던 것이었다.

 

며칠 뒤 간신히 혼란을 수습한 동독 정부는 샤보프스키와 베를린 검문소 경비 책임자를 형식적으로 처벌 했지만 한번 무너진 둑을 다시 세울 수는 없었다.

 

이날 이후 가뜩이나 혼미를 거듭하던 동독의 국정은 끝없이 허물어 졌고 마침내 동독과 서독은 이듬해 10월 3일 통일됐다. 국민투표를 거쳐 동독 5개주가 독일 연방에 편입된 것이다.

 

통일 후 샤보프스키는 분단 시절 서독으로 탈출하는 사람에게 총격을 지시했다는 과거 행위를 이유로 1997년 투옥, 3년간 옥살이를 하다 사면됐다. 2009년에는 동독정권을 폭로하는 자서전을 쓰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11월 베를린의 요양소에서 8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독일의 통일은 한 관리의 실수에 가까운 발언으로 갑자기 찾아왔다고 얘기되어 진다.하지만 결코 우연에 의해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다. 아다시피 독일은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마음의 준비였다.

 

진정한 하나가 되려면 나눔을 배워야

 

그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서 베를린의 가정집들은 저마다 문을 활짝 열어 동독 청년들에게 차 한잔 쿠키 한 조각 씩이라도 대접했고, 상점과 수퍼마켓은 동독 사람들에게 일용품을 한 가득씩 선물 했다.

 

베를린의 유명한 호프집들은 청년들에게 맥주를 공짜로 제공했다. 마치 우리가 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처럼...

 

헬무트 콜 수상과 함께 독일 통일을 이끌었던 바이체커 대통령은 자전적 회고록 ‘우리는 이렇게 통일 했다’에서 ‘통일을 위해서는 정부간 조약이나 헌법 규약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고 강조 했다. 진정한 하나가 되려면 ‘나눔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통일 문제, 남북문제에 관한 국민 여론의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촛불 혁명도 제대로 완수 하지 못했는데 벌써 다른 아젠다에 들어서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을 법 하다.

 

하지만 분단의 아픔과 남북의 대치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댓가를 요구하고 있기에 일의 경중과 순서를 따질 게재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촛불혁명 완수와 남북문제 해결은 동시에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우리 적폐의 대부분이 분단상황에 기인하고 기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주 만약이다. 우리에게도 통일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온 다면 북의 동포들을 독일인들이 했듯 그렇게 대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최근 대통령이 대표적인 통일 자문민간기구인 민주평통 위원들에게 사신을 보내 통일에 대해, 남북 문제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자고 제창한 것은 시의적절 했고 국민 운동으로 삼아가기위한 포석의 하나로 보여진다. 

 

대통령은 지난 7월 1일자로 세계 각지의 1천 9백여 위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새 시대를 맞아 새롭게 국민 통일운동을 전개하자고 했다. 여러 여건상 아직 남북문제 있어 괄목할 일이나 획기적인 문제에 섣불리 나설 수는 없다. 작은 일부터 차근 차근 풀어가야 한다. 인내가 필요하다. 

 

현재의 여건이 남북정상회담이며 핵폐기문제를 정면으로 거론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9년의 후퇴가 너무도 아쉽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역사는 나선형으로 반복 발전 한다. 남북 문제는 발전이 아니라 후퇴를 했다. 나사못이 반대로 돌려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번 돌아가 길이 나있는 나사못은 훨씬 쉽게 다시 박을 수 있다.

 

뉴비씨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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