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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북미 정상 합의문은 평화장전(章典)이다

결코 폄훼해서는 안 될 소중한 유리 그릇
기사입력 2018.06.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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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응원해야 하는 예상 밖 상황


‘세상 돌고 돈다’고 했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하더니 예상하지 않았던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그렇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비핵화의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첫눈에 확인한 모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신뢰하지 않았다면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핵 폐기 의지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말처럼 5초에 꿰뚫어 본다는 예의 대단한 능력이 발휘됐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역시 트럼프는 트럼프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소개와 일종의 보증이 큰 몫을 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정은 위원장이야말로 자신들이 변해야 산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다. 그 적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그 결과가 오늘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 운전자론’이 괜히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북미의 합의를 포함해 한반도의 봄이 유리그릇 같은 것이어서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가꾸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origin_북미정상회담싱가포르신문1면장식.jpg▲ 북미정상회담 다음날인 13일 싱가포르의 한 호텔 로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사진이 실린 신문이 놓여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싱가포르 합의문이 발표되고 이틀이 지난 14일에도 서울과 워싱턴에서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합의가 잘못됐다는 비판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계속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회담과 합의문이 잘못된 것 일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주로 볼멘소리를 던지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전체적으로 회담이 김정은의 페이스로 진행돼 썩 유쾌하지 않았고 선언문의 내용 또한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CVID가 빠져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계속 CVID가 문제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 길래 이토록 시끄럽단 말인가.



회담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


CNN은 이번 회담을 보도하면서 헤드라인을 ‘역사적인 정상회담’으로 시작했지만 비핵화에 대해선 공허한 약속만 남았다고 전했다. 합의문에 구체적 비핵화 방법론 없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 단어만 들어갔다는 것이다. AP통신은 회담 자체가 “실패했다”고 까지 했다.


NBC 기자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인을 죽게 한 김정은에 대해 재능이 있고 스마트하다고 한 건 무슨 의미인가”라고 쏘아붙였던 것은 미국 저간의 분위기를 상징한다.


뉴욕타임즈조차 이번 싱가포르 선언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세부적인 내용이 생략돼 있어 다음 단계나 절차를 규정한 다른 서류에 두 정상이 서명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던 것이다. 그리고 크스토프 니콜라스 기자가 쓴 칼럼에서는 새로운 내용이 하나도 없으며 트럼프가 김정은에 놀아나고 있다고 혹평을 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이번 합의의 최고 승자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적어 트럼프를 애둘러 깎아 내렸다. 다만 포스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양국 간의 길고 어려운 협상의 시작”이라고 지적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는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의 성과는 고위급 협상과 비핵화 검증 절차가 가능한 한 빨리 시작될 수 있는 단계를 마련해야 하는 것에 전적으로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도해 추후 회담에 방점을 찍었다.


한편 14일에도 미국의 도하 언론들은 아직 명확히 확인되고 결론난 문제가 아닌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혹은 축소를 놓고도 이런저런 우려를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부른 양보를 했다면서 이는 일종의 도박이라고 혹평 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중국의 쌍중단 논리에 손을 번쩍 들어 준 것으로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을 당혹하게 했다고 적었다.


월스트릿 저널은 김정은 위원장이 승리의 미소를 흘리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합의문에 CVID가 명시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기는 하지만 몇 달 전만 해도 서로 적대적이던 두 정상이 잠시 상호 협박을 제쳐두고 수십년 간의 증오와 불신을 이겨낼 역사적인 승부에 임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언론, 그리고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비핵화를 위한 종합적인 협상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있는 측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에 세계는 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목격했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충분히 성공한 회담이라는 평가다.


“이번 합의가 다소 미흡한 측면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 전쟁 위협을 하며 극한 대치를 했을 때를 생각하면 천당과 지옥이다.” 

- 영국 런던 정경대 리즈 보드윈 교수.


“북-미 간 의견 일치가 이뤄져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것 자체가 기념비적 의미가 있다” 

-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세계전략연구소 왕진 연구원


“가짜뉴스를 보자니 너무 웃긴다. 이들은 북한과의 협상 결과를 깎아내리려 애쓴다. 우리 국가에 최대 적은 바보들이 쉽게 퍼뜨리는 가짜뉴스다”

-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USA 투데이는 “미국 역사상 외교성과에 대한 전문가와 언론의 반응이 이토록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어처구니없다”는 서울의 보수언론


서울의 경우 그 편차는 미국보다 더하다. 보수언론들의 경우에는 이번 정상회담결과를 놓고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논평까지 내놓고 있다. “충격적이기에 앞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도 활자화 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돈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서는 ‘척’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짐작 했듯이  조선일보의 사설과 칼럼이 유난히 혹독했다. 이 신문은 13일자 사설을 통해 “6·12 합의문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만큼 어이없고 황당하다”면서 “충격적이기에 앞서 어처구니가 없다"고 까지 했다.


사설은 “이처럼 손해 보는 거래를 하려고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불량 국가 독재자를 만났냐”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고, 문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이런 회담에 대해 뜨거운 마음으로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놨는데 정말 ‘뜨거운 마음’인지 그런 척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의 사설 제목은 ‘너무 낮은 수준의 합의, 비핵화 갈 길이 멀다’였다.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추상적 목표로만 남아있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이번 회담을 실패한 회담이라고 속단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적대 관계의 두 정상이 70년 만에 만난 것 자체가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동아일보 사설에는 상대적으로 좋은 얘기가 많이 나왔다.


“북미정상회담 결과물은 과거 실패로 끝난 합의들과는 기본적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북미 관계에서 톱다운 방식의 접근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번 합의는 양국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만나 의지를 담은 것인 만큼 무게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주필의 기명 칼럼의 경우는 작심한 듯 적개심과 조롱기가 역력했다. 


‘대한민국 농락 리얼리티 쇼’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합의문 자체가 완벽한 맹탕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농락을 당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래도 ‘혹시’하는 희망을 가졌던 것은 트럼프라는 사람 때문이었다. 워낙 좌충우돌, 예측 불허여서 김정은이 마침내 ‘임자를 만났다’는 생각도 했다”며 “그런데 이제 보니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리얼리티 쇼였던 모양이다. ‘미국’과 ‘미국인’, ‘백인’, ‘돈’ 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동맹’과 ‘안보’, ‘핵 비확산’, ‘CVID’ 등은 쇼 흥행보다 중요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면서 “타고 다닐 비행기 한 대 없는 빈곤 집단의 우두머리가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쇼를 할 수 있는 것, 한국민의 생사가 걸린 회담장에 태극기가 없는 것 모두는 결국 한국민에게 ‘결기’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 


origin_북미정상회담밝은표정의김정은위원장.jpg▲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2일(싱가포르 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채택을 13일 보도했다.
 

한미 연합훈련 문제에 대한 민감한 반응


조선일보는 지방선거 소식으로 기사가 넘쳐 났을 14일 자에서도 ‘황당한 말바꾸기·자화자찬… 혼자 신난 트럼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트럼프를 맹비난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20% 정도만 비핵화가 진행된다면 제재 해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걸고넘어지면서 “갑작스러운 말 바꾸기에 진의가 무엇인지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 ‘트럼프, 비용문제로 주한미군 흔들기… 중국이 웃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가 감축을 언급한 것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CVID야말로 평화를 혐오하는 네오콘이 만들어낸 불합리한 도그마다. (이에 대한 독보적인 상세 설명은 뉴비씨 고일석 기자가 13일 올린 기사를 참조) 

관련기사 : [알랴줌] CVID, 북핵 해결 원치 않는 美 네오콘이 만든 것


미국의 네오콘 세력은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 지난 2005년 9,19 합의 때도 합의 바로 그 다음날 뱅코 델타 사태를 촉발시켜 애써 이룬 합의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던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를 일이다.


물론 이들과는 반대로 정상회담을 반기고 환영하는 논조의 미국과 한국의 언론들, 그리고 전문가, 또 평화를 사란하는 평화를 간구하는 성량한 시민들. 질과 양으로 보면 이쪽이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에 대한 호오와 지지와는 별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화 그것이 도도한 대세이기 때문이다. 대세는 거스릴 수 없는 법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공동성명’이라는 형식에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양측의 목표를 약속으로 담아 두 정상이 직접 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년전 오늘을 생각해 볼 때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두 정상의 이름으로 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담은 성공으로 기록될 만하지 않은가.


회담이 열리기 직전까지도 과연 합의문이 나올 것이냐, 나온다면 어떤 형식이 될 것이냐를 놓고 여러 관측이 있었지만, 공동성명이라는 형식으로 두 정상의 의지를 담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우물에서 숭늉을 만들지 못했다고 난리 법석이다.


생각해 보면 이번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의 프레임은 CVID, CVIG 교환 프레임이 아니었다. 양국은 차원을 한 단계 더 높여 양국이 도달해야 될 공동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합의 했다고 할수 있다. 비핵화는 양국관계 정상화 평화 정착의 수단이자 과정이다.


70년 동안 대결해온 양국의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만나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큰 틀의 공동 목표를 설정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냉전과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엄중한 현실을 한순간에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비핵화 로드맵은 실무자들 간의 후속 회담에서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고, 또 그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어찌 됐건 북한 자국 내에서는 최고 존엄이자 절대적 존재라는 김 위원장이 세계를 향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세계 최강국 대통령이 연명을 했다. 



“세계는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회담에 앞서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거, 눈과 귀를 가리우는 편견과 관행을 모두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세계는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공동성명’ 합의·서명·발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핵폐기 의지를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자국 국민을 사랑하는 스마트한 지도자라고 한껏 추켜 세웠다. “김 위원장을 정말로 신뢰한다”면서 “신뢰하지 않았다면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하루 회담했지만 신뢰가 꽤 크게 쌓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정상이 단독 및 확대 회담과 오찬을 함께하며 신뢰를 쌓은 것은 합의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두 정상이 계속 만나기로 한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아무튼 트럼프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제 공동운명체가 되었다. 두 사람은 이제 자신들을 색안경 끼고 보는 반대자들과 맞서야 한다. 함께 평화와 비핵화를 흔들림 없이 추구해야 한다. 전 세계를 향해 그렇게 까지 큰 소리를 쳐 놓고 평화의 길과 북핵 해결 과정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네오콘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극렬 보수파와 그리고 한국 내에서 평화를 혐오하는 비뚤어진 보수층이 맞닥뜨려야 할 상대다.


거기에 중재자이자 운전자인 문대통령도 한편이 되어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뿌리 깊은 반목과 갈등이 일거에 해소 됐다고는 할 수 없다.


만남과 협상을 통해 더 큰 신뢰를 쌓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진전된 조치를 만들어 가기를 북한을 포함하는 절대 다수 양국 국민들이 바라고 있다. 그래서 양정상이 자주 만나겠다고 한 것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우리로서는 미국의 네오콘과 그들과 정서를 같이하는 국내의 반 평화 보수론자들의 방해와 음해가 아무리 거세다고 해도 이 땅 한반도를 압박해 온 분단의 반목과 냉전을 끝내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이번 싱가포르 합의문이야 말로 한반도 평화로 가는 일대 장전(章典)이다.


트럼프가 요즘처럼 멋져 보일 줄 몰랐다고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가 거래의 기술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요즘처럼 다행인 적이 없다. 네오콘과 싸우는 트럼프에 박수를 보낸다.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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