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주장] 생각에 대한 단죄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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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생각에 대한 단죄를 반대한다.

단죄의 대상은 생각이 아닌, 그것이 실행에 옮겨진 행동에 국한되어야 한다.
기사입력 2017.07.07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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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탁현민 논란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 경우처럼 과거에 가졌던 "생각" 때문에 신분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 이것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마땅히 부를 말이 없다. 이것은 처벌도 아니고, 징계도 아니고, 문책도 아니다. 마땅한 용어가 없다는 것은 "생각"을 문제삼아 신분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 그에 해당하는 용어가 존재할 정도로 일반화된 관행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얘기는 해야 하니 편의상 이것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인 '단죄'로 쓰기로 하자.

 

나는 어떤 형태로든 생각에 대해 단죄하는 것을 반대한다. 단죄의 대상은 생각이 아닌, 그것이 실행에 옮겨진 행동에 국한되어야 한다. 그것이 법적인 문제이든, 도덕적인 문제이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에 대해 단죄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교사가 어느 커뮤니티에 로리타 운운하는 글을 올린 경우다. 이런 경우는 "교원의 품위" 등과 같이 인사조치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행위가 교사로 임용되기 이전의 일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아무리 규정을 폭넓게 해석한다고 해도 과거의 발언으로 징계나 파면과 같은 인사 조치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그가 담임을 맡는 학생들의 부모는 불안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므로 다른 교육청 소속으로 전보를 시키거나 하는 방법으로 인사조치를 할 것이다. 

 

다른 경우를 생각해보자. 초등학교 교사가 아니라 어느 군청 시설과에서 보일러 고치는 공무원이 임용 이전 시기에 로리타 어쩌고 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을 경우는 어떨까?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그것도 가만 내버려두지 않으려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에게 어떤 식으로든 인사조치를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2.

 

정리해보자. 나는 말과 글로서 표현된 머리 속에 든 생각을 문제 삼아 신분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불이익을 줘야하는 경우가 있다. 그 생각이 현재의 직무와 연관이 있어서 실행에 옮겨질 우려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5.16을 구국일념에 의한 혁명으로 생각하는 군인은 독자적으로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군 고위직에 임명하면 안 된다. 비록 그것이 생각일지라도 어느 순간에 진짜로 구국의 일념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우려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임금 착취 행위를 이윤 추구를 위한 정상적인 행위로 옹호하는 사람은 경제 관련 고위직에 임명하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을 실행으로 옮겨 국민경제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이 있다. 생각을 실행에 옮길 우려의 여부와 관계없이 임용, 혹은 임명 자체가 그 생각이 담고 있는 사회적 인식이나 담론을 용인하고, 더 나아가 장려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경우다. 이것은 해당 직책이 단순히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자리가 아니라 명예로서의 사회적 가치도 함께 가진 경우다. 

 

"여자와 북어는" 어쩌고 하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을 고위 공직자에 임명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야 말로 그런 발언과 인식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부처 과장급이 그런 얘기를 했을 때 그것을 문제삼아 파면을 하거나 직위를 해제하거나, 혹은 향후에 어떤 진급도 불허하는 등의 조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3. 

 

탁현민의 경우는 지금까지 얘기한 것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 그의 발언과 직무와의 관련성은 전혀 없다. 그의 직책은 여성이나 양성평등과 밀접한 업무를 다루는 직책이 아니다. 그럼 그의 직위가 그의 (과거의) 생각을 용인하고 장려하는 것으로 오인할 만큼 명예를 가진 고위직인가? 그렇지 않다.

 

단 하나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비록 그가 고위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의 근무처가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라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것이 매우 명예로운 것이라서 청와대에서 근무하려면 직책과 직위가 무엇이든 그 명예에 걸맞는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나는 그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며, 다수결로 따질 일은 아니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향후에 그런 생각이 사회적 불문율로 자리잡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 

 

4.

 

좋다. 그래서 탁현민이 물러나든지, 대통령이 그의 임용을 취소한다고 하자. 청와대 행정관직만 아니면 그는 무슨 일을 해도 괜찮은가? 그는 청와대 행정관을 맡기 전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많은 사람들이 지탄해마지 않는 그가 여학생도 많이 있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은 괜찮은가? 

 

직무관련성을 따져보거나, 그 위험한 생각을 실행에 옮길 우려를 생각하거나, 그리고 사회적 명예를 고려할 때, 아무리 청와대라고 하더라도 실무직에 불과한 행정관보다는 대학 교수가 훨씬 더 긴밀하고, 심각하며, 중요하다. 그러면 지금 탁현민 사퇴를 요구하는 분들은 대학 교수도 못하게 할 텐가? 아니면 그것은 세금으로 월급 주는 일이 아니니 관계없다고 할 텐가?

 

혹시 대학교수도 못 한다고 치자. 그는 이벤트 기획자다. 이벤트 기획자로 일하는 것은 내버려둘 텐가? 학교보다도 이벤트 업계는 여성 차별이 실질적으로 빈번하게 벌어지는 곳 아닌가? 혹시 그게 사실이라면 이벤트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탁현민의 위험에 노출되어도 괜찮은가?

 

만약 다른 어떤 일도 괜찮은데 청와대 행정관직만은 안 된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탁현민이 청와대에서 얼쩡거리는 게 꼴보기 싫으니까 거기서 좀 치워달라"는 감정적인 주장 밖에는 안 된다. 

 

5.

 

직무관련성도 없고 고위직도 아니라면 도덕적 책임은 도덕적 차원으로 물어야 한다. 신분상의 불이익을 주는 문책이나 징계, 파면, 임용 취소와 같은 인사조치는 그가 실제로 어떤 행위를 했거나, 최소한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질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경우에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경우가 아닌 한 그가 책임져야 할 이상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도덕적 차원의 문책 방식은 어떤 것인가? 지탄하고, 비난하고, 비판하고, 사과를 요구하고, 반성을 촉구하여, 해당자가 자신의 실책을 깊이 깨닫고 반복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게 하고, 사회적으로도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부당한 것인지를 알려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가지게 하고, 앞으로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기준을 좀 더 높게 가져가도록 하여, 이를 통해 보편적인 도덕적 기준을 높여가는 것이다.

 

탁현민 같은 인간은 절대로 내 사위로 삼지 않겠다거나, 이벤트를 할 일이 있어도 그에게는 절대로 맡기지 않겠다거나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판단해도 된다. 그러나 한 개인의 공적인 신분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매우 엄밀하게 따지고 신중하게 판단하여 요구를 하더라도 해야 한다.

 

탁현민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또 양성 평등이 아니라 그 어떤 가치, 그 어떤 이유라도, 직무와 관련하여 실행에 옮겨질 우려가 없는 과거의 발언과 생각에 대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기회를 박탈하는 방식의 단죄가 가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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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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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ptong
    •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요즘  마녀 사냥식으로 죄도 없는 사람을 마치 몹쓸 사람으로 몰고가는 풍토가 어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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