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알랴줌] CVID, 북핵 해결 원치 않는 美 네오콘이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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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랴줌] CVID, 북핵 해결 원치 않는 美 네오콘이 만든 것

CVID 없는 북미정상 합의, 북핵 해결의 정상화 의미
기사입력 2018.06.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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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jpg

트럼프에 늘 부정적인 미국 언론과 뭐라도 트집을 잡고 싶은 우리나라 보수언론들은 북미정상회담 끝나자마자 합의문에 CVID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속았다”느니 “하나마나”라느니 하는 악담을 퍼붓고 있습니다. 

 

CVID는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즉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제거”를 얘기합니다.

 

시비의 요점은 “CVID가 명시되지 않았으니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한 북미정상회담은 실패했다”거나, “CVID는 명시되지 않았어도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가 합의됐으니 북미정상회담은 성공한 것”이라는 공방입니다.

 

그러나 CVID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에 CVID가 명기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진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CVID, 북핵 해결 원치 않는 美 네오콘이 만든 것

 

CVID라는 말은 2003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시 행정부를 주도하던 네오콘이 만든 말입니다.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CVID는 자신이 만든 말이라고 얘기하지만, 이 의원이 얘기하는 것은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라는 긴 말을 CVID로 줄인 약자를 처음 썼다는 것입니다.

 

아마 당시 이 개념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자로 쓸 생각들을 못했던 모양입니다.

 

공식적으로 이 말이 처음 나온 것은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던 백악관 브리핑에서였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 합의문에 바로 이 부분이 명기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 정상회담 합의문이 CVID가 명확하게 적시되어 있는 유일한 공식 문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해당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양 정상은 국제적 협력에 기반하여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제거를 위해 노력해 나간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하였다.”

 

이 대목은 부시 대통령의 “CVID”와 노무현 대통령의 “평화적인 수단”을 서로 타협한 결과입니다.

 

CVID가 나온 배경은 바로 부시 행정부의 ABC(Anything But Clinton)이었습니다. 즉 클린턴의 모든 정책, 모든 업적을 부정했던 부시 행정부의 기조가 북핵 해결에 있어서는 CVID로 표현된 것이었습니다.

 

2001년에 취임한 부시 대통령의 첫 번째 대북정책은 제네바 합의로 건설 중이었던 경수로 지원을 중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몰고, 2002년 말 캐리 차관보를 보내 농축우라늄 시비로 2차 북핵위기를 촉발시킵니다.

 

그리고 곧 2003년 3월에 이라크를 침공하게 되죠. 이런 환경 속에서 새로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전까지 제네바 합의 파기가 과제였던 부시 행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뭔가 북핵에 대한 전략을 제시해야 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CVID입니다. 이 과정을 주도한 것이 바로 이번 북미회담에서도 대형 사고를 쳤던 존 볼턴이었습니다.

 

 

포괄적 해결과 CVID

 

그 이전까지 한미 양국이 합의해놓았던 북핵 해결 원칙과 전략은 ‘포괄적 접근’, ‘포괄적 해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일괄 타결’이라는 말도 많이 썼습니다.

 

이 말은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가 기본적으로 핵 폐기와 보상, 혹은 핵 폐기와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교환하는 쌍무적인 과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CVID는 쌍무적인 관계를 오로지 북한의 의무로 국한시키고, 북한의 일방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표현이었습니다.

 

북한은 당연히 반발하고 이때도 “그렇다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요즘 얘기하는 CVIG(G:Guarantee)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9·19 성명이 합의됐지만 BDA 제재로 뒤집어지고, 1차 핵실험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CVID 강조가 북핵 해결에 쥐톨 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BDA 제재 해제와 9·19 선언 이행 등의 단계적 방안을 담은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Common and Comprehensive Approach)’을 미국 측에 계속 제시하며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포괄적(Comprehensive)’라는 말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그게 바로 클린턴 정부의 북핵 해결 방안이었거든요.

 

한국 정부는 과거의 예를 참고해 우리말로는 똑같지만 영어만 다른 ‘Broad’로 바꿔서 미국 측을 이해시켰습니다. 그렇게 해서 BDA 제재 해제와 2·13 합의가 이루어지고 10·4 남북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은 다시 CVID를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내세우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CVID 없는 합의, 북핵 해결의 정상화 의미

 

미국에서 CVID를 그렇게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조차 툭하면 CVID를 거론했던 것은 이런 역사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CVID라는 것이 굴복과 항복을 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미만 그런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대단히 위험하고도 비현실적인 원칙입니다. 검증(Verifiable)은 당연한 것이지만 비가역(Irreversible)의 범위를 정할 수가 없습니다.

 

비가역의 의미를 굳이 따지자면 북한 땅에 핵물질은 단 한 톨도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검증하려면 북한 땅 곳곳을 다 뒤져야 합니다.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CVID를 ‘북핵 해결의 궁극적 해결책’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미국 내 의견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궁극적 목표의 개념으로 제시하고 CVID는 이를 위한 실행 방안 수준으로 격을 낮춰버렸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비핵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리며, 예를 들어 비핵화 과정의 20% 쯤의 수준에서 비가역적인 시점이 올 수 있다”며 ‘비가역(Irreversible)’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에서 ‘포괄적(Comprehensive)’이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성취를 이루어나갈 때 동의하고 합의했던 북핵 해결의 원칙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 워싱턴에서 열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 바로 “단계적·포괄적 접근에 의한 북핵의 근원적 해결”이었습니다.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CVID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수용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합의한 북핵 해결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입니다.

 

이제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공방과 여론전의 차원을 넘어서서 정상적인 실천 원칙에 합의하고 실행 단계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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