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논평] 무엇이 북미 정상회담의 걸림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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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무엇이 북미 정상회담의 걸림돌인가

‘숨겨진 핵’은 더 이상 ‘억지력 가진 핵’이 아니다
기사입력 2018.05.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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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_北김정은美폼페이오북미정상회담마지막조율 (1).jpg 지난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축소한다더니 더 강화한다는 말인가”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극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 맥스선더를 비난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 한다고 발표했다. 회담은 16일로 예정돼 있었다. 


미국에 대해서는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포기만 강요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고 압박했다. 


지난 4월말 이후 그런대로 달려오던 평화 드라이브에의 첫 제동,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비핵화 담판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낙관적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일단 한미양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자 힘겨루기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는 한다. 


origin_위풍당당자태뽑내는F22랩터.jpg▲ 16일 오후 맥스선더 훈련의 일환으로 F-22랩터 전투기가 공군 제1전투비행단활주로에서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멕스 선더 훈련이 ‘4·27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공표됐고, 지난 11일부터 시작해 한창 훈련 중인 상황이기에 곤혹스러운 것은 틀림없다.


멈출 수 없기에 그렇다. 훈련이 장애물이라고 인식했다면 사전에 문제 삼거나, 훈련 중 회담 제안을 하지 않았어야 했던 측면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러 차례 한국과 미국이 연합훈련을 계속할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한 바도 있다. 


그럼에도 일견 ‘맥스선더’ 훈련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미는 전과 달리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첨단 F-22 랩터 전투기 8대를 동원했고, 이 사실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표했다. 렙터 8대의 가격은 북한 연간 국방비를 훨씬 웃돈다. 


언제나 미 공군의 비행훈련에 경기를 일으켜 왔던 북한이 이번 훈련에 대해 통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판단했을 법하다. 판문점선언을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 훈련의 축소를 약속해놓고 군사훈련을 강화한 것에 대한 실망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모든 노력과 선의에 남조선과 미국이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이해된다.


현실적으로 미국은 이 같은 북한의 우려를 경시하면 안된다.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핵이라는 유일한 자산을 내세워 이를 던지겠다는 생각으로 정권의 생존과 인민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대화 국면이라면 어느도는 헤아릴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겨냥점은 미국에 있다고 봐야


현실적으로는 이번 비난의 실질적인 겨냥점은 미국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는 북한 외교부 성명에 잘 나타난다.


성명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 고위관리들이 ‘선 핵포기, 후 보상’이나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 ‘핵·미사일·생화학무기 완전 폐기’ 등을 밝히고 있다면서 “이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국들에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의 운명을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불순한 기도”라고 규정했다. 


bolton-맥메스터.jpg▲ 존 볼턴 NSC보좌관이 전임자인 맥 메스터와 악수하는 모습. 지난 4월 7일 존 볼턴 트위터
 
‘리바아식’의 불을 지핀 볼턴 보좌관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북한 핵 무기를 해체해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 입장에서 볼턴의 발언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북한의 반발로 후퇴했던 비핵화 요건을 다시 강화한 것은 물론 북핵 반출 및 미국 이송을 강요하고 북한 인권 개선까지 주장하는 등 잇단 강경 발언으로 북한을 압박해왔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가 완료된 후에야 국제사회와의 경제 교류가 가능하며, 그것도 미국의 지원 형태가 아니라 정상적인 교역을 통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은 대목에서는 모멸감까지 느꼈을 법하다. 


볼턴의 발언이 북·미 정상회담 사전조율 과정상의 기 싸움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데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볼턴의 언행만으로는 회담을 하자는 것인지, 북한 정권을 굴복시키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북 체제안전 보장이 핵심의제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북·미 현안을 앞세우면 북·미 정상회담 자체가 위기에 빠질 공산이 크다. 


북미 정상회담은 70년 만에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소중한 기회다. 누구든 회담을 흔든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설령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각별히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백악관에서 ‘볼튼의 리비아식 방식이며 핵탄두 미국 공수 방안은 개인적 의견이며 공식 정책화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기는 했다. 


회담이 성공하려면 핵심 의제에 집중해야지 한없이 의제를 넓혀가면서 상대방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하는 것은 협상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북한이 “대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한 것도 유념해야 한다.


볼턴을 비롯한 미 행정부 내부의 강경파들의 압박 발언이 계속된다면, 어렵게 만들어진 대화의 판이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이 맞교환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실 북한이 고위급회담 연기 사유로 제시한 ‘맥스선더’ 훈련을 그렇게 대규모로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번 훈련에는 지난해와 달리 미국의 최첨단 에프(F)-22 스텔스 전투기가 8대나 참가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장거리 폭격기를 훈련에 투입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다. 이는 전형적인 엄포, 위협 전술이라 할 만 하다.


북한 매체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를 거론한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태씨는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부정하면서 북-미 회담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해왔다.


origin_태영호남북정상회담성과는.jpg▲ 2016년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포럼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 북한전문가 초청 강연'에서 강연하고 있다.

숨겨진 핵은 더 이상 억지력 갖는 핵 아니다


볼튼 보좌관이며 태영호 전 공사 같은 보수 측은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분명히 저들은 속임수를 쓸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기에 저처럼 광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숨겨진 핵은 더 이상 억지력을 갖는 핵이 아니라는 사실을 저들은 간과하고 있다. 


‘핵 억지력’은 핵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상대방도 이를 인정해야 생기는 상대적 힘이다. 비핵화를 천명한 김정은 위원장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몰랐다면 알게 해야 한다. 숨겨도 소용없다는 것을….


북한은 핵을 숨길 수 없다. 숨기면 그것은 벌써 무기가 될 수 없다. 


남북관계, 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 행여 다칠세라 모든 것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시점이다. 북한의 이번 대미 비난 성명과 고위급회담 연기 통보가 어디까지 어떤 파급을 불러 올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다음 주로 예정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까지 불똥이 튄다면 그때는 문제가 커진다. 어째 조마조마하다. 협상을 하겠다면서 항복 조인식을 원하고 그래야만 된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이다.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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