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태움 문화’, 간호인력 부족 악순환이 겉으로 삐져나온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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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 문화’, 간호인력 부족 악순환이 겉으로 삐져나온 현상

반복되는 의료사고 방지의 ‘첫걸음’은 간호사 근무 환경 근본적 개선
기사입력 2018.05.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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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_신생아잘있어요.jpg▲ 지난해 12월 광주 북구의 한 병원 신생아실 간호사가 아이를 돌보고 있는 모습.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지난해 12월 발생한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관련자 7명 전원이 4월 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의료시스템의 근본적인 원인을 놔둔 채 의료인 개개인에게 의료사고의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반응이다.

최근 이대 목동병원 사건을 비롯한 다양한 대형 병원의 문제를 비롯해 병원 내 ‘태움’으로 상징되는 갑질 논란까지 ‘간호사 직군’을 둘러싸고 오랜 세월에 걸쳐 누적되어온 많은 문제들이 표면화되고 있다.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계는 ‘태움 문화’ 근절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에 나섰지만,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는 현 의료시스템의 개선이라는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인력부족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 대하는 의료인

간호사는 실제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장 접촉 빈도가 높은 병원 내 전문직종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간호사란 직능에 대한 인식이나 권한은 그에 비교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비단 간호사뿐만 아니라 한국 의료 시스템의 특성상 정식 의사를 제외한 병원 내 전문직들은 단순히 소모품 또는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머릿수 채우기 용에 급급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대부분 근로현장이 비슷한 실정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는 의료 시스템이 불러오는 결과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며, 단순히 노동 현실로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될 문제이다.

최근에 발생하는 다양한 의료사고들은 현재의 시스템으로 인해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당하는 현실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는 간호간병통합시스템 도입에 따라 간호사가 부담에야 하는 업무량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추가 인력 수급은 단순히 신규 배출되는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는 일차원적 해법에만 추진해 왔다.

그러나 매년 2만 명에 달하는 간호 인력이 새로 배출되는 현재 상황에서도 절반 이상의 간호사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포기한 후, 소위 장롱면허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까닭에 지방 병원의 인력 부족 현상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반대로 서울의 큰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몇 년씩 대기발령 상태로도 기다릴 정도로 지원자가 넘쳐난다.


단순히 인원 늘린다고 해결 안돼

이렇게 모순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단순히 1년에 배출되는 인원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의사의 경우 인턴과 레지던트로 상징되는 긴 수련의 과정이 당연시되듯,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병원 내 타 전문직종의 경우에도 신규인력과 장기간 근무한 인력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단순한 예를 들어본다면, 현장에서 수액으로 상징되는 IV 주사나, 채혈과정에서 숙련된 간호사와 그렇지 않은 간호사가 환자에게 주는 고통의 정도가 매우 다르다. 

그 이상으로 심각한 경우, 예를 들면 환자에게 투여되는 주사량의 조절이나, 응급상황의 감지와 대처부분에서 숙련된 간호사와 신규 간호사는 한 명의 생사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특히 간호사의 경우엔 5년 이상 꾸준히 근무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며 이러한 원인은 결국 궁극적으로 간호사란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비교해 전혀 이득이 없는 현재의 의료산업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결국, 그렇게 비워진 자리는 2만 명씩 배출되는 신규간호사로 채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origin_이정미대표인천성모병원국가공권력농락.jpg▲ 지난해 12월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인천성모병원, 노동갑질 은폐 위한 근로감독 조직적 농락 증언 및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병원 관리자들이 근로기준법 위반 은폐와 거짓 진술 지시, 실태조사에 일반직원 배제하고 수간호사만 참여 지시, 근로감독관 이동상황 실시간 보고체계 가동 등 전무후무한 근로감독 농락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했다.
 
지난 4월 29일 ‘보건의료종사자의 스트레스’라는 주제로 열린 대한스트레스학회 2018 춘계학술대회에서 나온 ‘신규 간호사 현장 적응 현황과 대책’ 주제발표에 따르면, 전체 간호사 이직률은 13.8%지만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이 38.6%에 달한다.

신규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에는 대부분 병원에서 법정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간호사들에게 많은 업무량을 부여하면서 만약 의료사고가 벌어져서 환자가 잘못될 경우 책임은 간호사 개인에게 묻는다는 점이 두려움이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점이 작용한다.

더욱이 학교에서의 교육은 현장의 빠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데다, 현장 실습 역시 관찰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현장에 투입되기 전에 신규 간호사 개인이 실기능력을 쌓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문제다.

높은 이직률로 인해 경력 간호사가 배출되기 쉽지 않고 그래서 노동강도와 스트레스가 높아져 신규 간호사의 더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는 현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업무시간의 과부하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에 이미 충분히 많이 존재하는 간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이 지속해서 그 전문성을 강화하여 병원 내의 전문적인 인력으로써 충분히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병원에서 간호사가 기여하는 역할에 합당한 대우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인수인계’ 시간도 노동으로 인정해야

간호사의 업무에는 특수한 시간이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인수인계 시간이다. 

담당하는 환자와 관련된 정보나 추후 진행해야 업무에 대한 인계시간인데, 짧게는 근무시간 앞뒤로 각각 30분씩, 길게는 한 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소모되며, 상당수가 근무 시간 외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연장근무가 규칙적으로 근무하는 상황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근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데 있다. 

만약 야간 당직 근무를 12시부터 8시까지 한 간호사가 추가 근무로 9시까지 일한 후, 근무시간이 변경되어 4시 근무에 맞추어 3시까지 출근하게 된 경우 6시간의 여유시간 밖에 생기지 않으며,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5시간이라는 매우 짧은 수면시간만 가지게 된다. 

그것도 정상적이지 않은 낮 시간대의 수면이란 걸 고려한다면 그 피로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평상시에는 근무시간의 변경에 따라 하루의 여유를 주는 경우도 많으나 이러한 시차를 조절하는 과정에 그 휴식시간을 소모하게 되기 마련이며, 실제로 고정된 근무시간의 직종을 가지는 직능에 비교해 연장근무에 따른 피로 누적은 극심하다.

결국, 이러한 인수인계시간까지 당연히 근무시간에 포함해서 8시간 4교대 근무를 정착시키는 방법이나,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12시간씩 3일에서 4일 근무 후 3일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는 방법 등을 통해 노동시간의 준수를 강제로 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강제적인 인력확보를 통해 간호사 개개인에게 부과되는 업무 책임을 줄여야, 임신순번제와 같은 상식을 초월한 비인권적인 행위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으며, 경력 단절에 따른 간호 인력의 부족과 같은 연쇄반응이 줄어들 수 있다.


병원 경영진 생각이 바뀔 수 있어야

이전까지 ‘과로의 상징’처럼 비춰지던 전공의(속칭 레지던트)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 등에 관한 법률’(일명 ‘전공의 특별법’)이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지 어느덧 1년여가 지났다.

당초 ‘전공의 특별법’에 대해 의료계가 우려했던 진료 공백은 전임의와 교수들의 희생으로 인해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비인기 진료과에 대한 기피현상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전언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당위’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돌려막기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 정원 확대 등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의료서비스의 실질적인 질이 어떻든 상관없이 병원은 운영이 되므로, ‘최소 인력으로 수익을 창출하자’는 병원 경영진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되어야 한다.

건강보험 수가 정책에서도 단순히 물리적인 병상 수나 환자 수에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수에 합당한,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와 같은 의사 외의 병원 내 전문 인력에 대해 심도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어느 때나 의료사고는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와 누군가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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