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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한반도에 평화의 달이 떴다

계속되는 평창의 기적과 김정은의 남측 특사 최상급 환대
기사입력 2018.03.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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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_정의용손잡은김정은.jpg▲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5일 북한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

남측이 듣기 원했던 모든 답변을 들려준 북측


우리의 간절한 바람대로 평창의 기적은 계속되고 있다.


평창에서 환한 미소를 보였던 우리 민족 평화의 신은 계속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한반도에 환한 평화의 달이 떴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오는 4월 말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또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고,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한미 군사훈련을 이해한다고 했다.


이 소식에 트럼프 미 대통령도 북한과의 대화에서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몇 달 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것은 실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베를린에서 그리고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밝혔던 평화의 구상이 그대로 착착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급진전하리라고 믿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번 특사 방북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이 듣기를 원했던 거의 모든 답변을 들려줬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비핵화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비핵화와 관련해 논의할 의사가 있으며,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 미사일 실험의 모라토리엄도 언급했다.


4월로 연기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예년 수준으로 치러진다고 해도 개의치 않겠다고 했다. 정상 간 ‘핫라인’ 개설 역시 남측이 원하던 것이었다.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 및 국제사회, 그리고 남한 내부에 존재하는 우려에 일정 부분 호응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이해했다는 얘기다. 이른바 회담의 여건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origin_대북특사단보고받은문재인대통령.jpg▲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특사단의 평양 방문 결과를 보고받고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


무엇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4월께 재개될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그동안 ‘핵전쟁연습을 관두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 위원장이 이런 의사를 밝힌 것은 한-미 훈련 때문에 대화 분위기를 깨뜨리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의용 안보실장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 훈련의 중단이나 재연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보고를 받았는지 우리 쪽 입장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따로 부연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대화의 모멘텀을 그대로 살려 북-미 대화 여지를 키우려고 작심한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데 시간적 여유를 좀 더 얻게 된 것이다.


김정은은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던 북핵 문제와 관련해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고,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미국이 사실상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요구해온 점에 비춰 볼 때 북-미 대화로 가는 걸림돌을 제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김정은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도 명확히 했다. 북한의 미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을 안보 우려 사안으로 꼽아온 미국으로선 반길 만한 발언이다.


그리고 또 주목할 만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장소를 판문점 평화의집으로 합의해 북 최고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을 예정이라는 대목이다. 평화의 집은 남측 지역에 있는 전각이다.


origin_악수나누는김정은정의용.jpg▲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북한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파격 그 이상의 환대와 선물 보따리


김 위원장이 보인 ‘기대 이상’의 파격은 특사단을 맞은 속도와 분위기 에서도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지 3시간 만인 5일 저녁 6시 이들을 접견하고 만찬을 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사단에 면담 일정을 알려주지 않다가 마지막 날 만나곤 했던 것과 대조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버선발로 나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특사단에 각별한 환대를 보였다. 자신의 동생 김여정이 특사로 방남했을 때 우리가 보여준 환대에 걸맞은 예우를 고려했던 것으로 여겨지는데 역시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만찬과 접견 시간이 이례적으로 4시간12분이나 이어진 점도 눈에 띈다. 지난달 김여정 특사 방문 당시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접견, 만찬 시간은 모두 2시간40여분이었는데, 이번엔 그보다 1시간30분이 더 길었다. 이 대목 역시 나눌 사안이 많기도 했지만 이왕의 ‘통 큰 모습’을 보이려는 파격으로 해석된다.


만찬 장소에서도 기존 공식을 깼다. 그간 남쪽이나 외국에서 간 손님들이 이용한 곳은 백화원 영빈관이나 목란관 등이었으나, 이번 특사단과 김 위원장이 만찬을 한 곳은 조선노동당사 의 연회장인 진달래관이었다.


남쪽 인사들이 노동당사 본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당사는 우리의 청와대 격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과 그의 업무를 보좌하는 서기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나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가 대부분 이곳에서 열린다. 북한 매체들이 ‘혁명의 수뇌부’, ‘당중앙’ 등으로 최고지도자를 언급할 때마다 상징적으로 3층짜리 노동당사 본관의 모습을 내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외로 환한 분위기의 그곳 만찬장에서 정말 환하게 웃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거의 실시간으로 남측에 전해지면서 회담의 성공은 예견 되었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특사단과의 만찬에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리설주는 북한 내 행사에는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지만 외교사절 접견 등에 얼굴을 내미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외국 사절 면담이 공개된 것은 7차례인데, 이때 리설주의 이름이 북한 언론에 언급된 것은 2015년 9월 쿠바의 ‘2인자’ 미겔 디아스 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이 방북했을 때가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origin_대북특사단평양다녀왔습니다.jpg▲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특사단이 1박2일간 평양 방문 일정을 마치고 5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특별기에서 내리고 있다. 정의용 실장은 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방미 이후에 정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 서훈 원장은 일본을 방문한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북한은 현 상황에서는 미국과 진지한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남쪽을 먼저 통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모양이다.


그런 만큼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가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여진다. 이제 미국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남았다고 할 수 있다.


대북 특별사절단은 8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이번 방북 성과를 설명할 방침이다. 특사단은 곧이어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도 직접 이번 협의 내용을 전하고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남북이 손을 맞잡고 사실상 나머지 6자회담국 설득에 나서는 모양새다.


6일 정의용 실장은 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자신은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히면서 또한 자신은 미국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고, 서훈 원장은 일본을 방문한다고 덧붙였다.


대북 특사단의 ‘투톱’이었던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방북 직후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한다는 목표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직접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 건너가겠다고 밝힌 점이다.


주변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남북이 어렵게 일군 성과를 놓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트윗 반응.jpg

“로켓맨이 저리 통 크게 나왔는데 나도 질 수 없다” 


청와대가 미국을 위시해 주변국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결국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 정전체제 해체로 이어져야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남·북·미 3자 군사대화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남·북·미·중 4자간 평화협정 논의로 나아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이번에 사실상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 선언을 함에 따라 강경한 미국과 일본도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할 명분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의 합의 소식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는 반응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 한국 특사단의 회담 소식을 전한 기사를 리트위트하며 이런 언급을 내놨다.


럭비공이지만 따라쟁이이기도 한 그는 지난번 핵단추 얘기 때처럼 “로켓맨 김정은이 이렇게 통 크게 나와? 나는 그보다 더 통이 크단 말이야 봤지?”하고 나올 공산이 적지 않은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만은 아니다. 그간의 일례를 봤을 때 문 대통령의 트럼프 해법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적중할 것으로 보여진다.


문 대통령은 벌써 수화기를 들어 이번 희망적인 성과가 모두 전적으로 당신 덕분이라고 트럼프를 한껏 추어주었을 테고 트럼프는 의기양양해 있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앞서 쌍궤병행(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협상의 병행)을 북핵 해법으로 제시해온 만큼 향후 협의 과정에서 매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평창의 기적은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에 뜬 평화의 달이 사방을 환히 비추고 있는 것이다.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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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안도도
    • 어제의 감격이 이렇게 이성적 논평으로 시원히 정리가 되는군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이러한 한반도 평화국면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아베는 너무나 재수없지만
      그 또한 달래면서 우리는 우리 길을 가야할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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