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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제는 어떻게 미국을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다

평창의 기적, 남북 해빙과 운전석에 앉은 우리의 역할
기사입력 2018.02.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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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입장.jpg▲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대한 막을 올린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공동입장하는 남과 북 선수단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뒷쪽에 자리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박수를 치고 있다.
 
기적처럼 찾아온 평창의 평화는 계속 이어져야


문제는 미국을 어떻게 달래느냐에 달려 있다.


올림픽 개막과 함께 찾아온 북한의 깜짝 특사가 스핑크스의 미소를 도처에 뿌리고 간 2박3일의 조용한 폭풍 뒤 우리 쪽에서도 대북특사의 면면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보다 효과적인 카드는 없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돼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게 된다면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셈이다. 연내에 이루어진다면 11년 만에 남북 최고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게 된다.


지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은 한·미 양국의 대북공조가 원활했던 상황에서 이뤄졌다. 


2000년은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본질적으로 동일했던 시기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조지 부시 행정부가 초기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벗어나면서 성사됐다. 또 1999년 9월 북한은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이는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번에도 중요한 변수가 바로 미국의 태도다.


지난 전례를 돌아본다면 우리 정부는 한·미 공조를 긴밀하게 유지하되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대화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북관계 회복의 물꼬를 틔운 지금까지의 과정이 결코 녹록치는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연기를 이끌어내고, 이를 지렛대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앞으로가 본게임이라고 할 정도의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연기된 한·미 훈련의 재개가 첫 장애물일 것이다.


김정은 친서.jpg▲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김여정 특사
 

문재인 김영남 김여정 오찬장.jpg▲ 김여정 특사, 김영남 단장과 오찬장으로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
 
김여정 특사 미소.jpg▲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나누며 미소를 짓는 김여정 특사

명목상·실질적 2인자 두 사람을 동시에 파견했던 북한


역시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달려 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북한의 태도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북한은 건군절 열병식을 조용하게 치른 데 이어 명목상 2인자, 실질적 2인자 두 사람을 동시에 파견해 올림픽 개최를 축하했고 평화의 바람을 불어왔다.


이를 ‘매력공세’나 ‘위장 평화공세’로 치부해 버린다면 대화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상을 전환해 이 기회를 잘 활용하고 기조를 이어나가 대화 국면을 계속하게 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낸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들이 그렇게 원한다는 노벨 평화상도 무지개 꿈이 아니다.


그런데 저간의 상황을 보면 요즘 미국은 북핵 문제 자체보다 북한 정권과 체제, 인권 등 북한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이를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잔혹한 독재정권”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탈북인사를 국정연설에 초대해 소개했고, 이튿날 백악관으로까지 초청해 북한을 대놓고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한 술 더 떠서 “북한의 올림픽 하이재킹을 막겠다”며 한국에 와선 평택 해군기지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해 북한을 ‘감옥 국가’라고 맹비난했다.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중 보여준 행동은 몹시 실망스럽고 우려스러웠다. 개막식 리셉션에서 북한 대표단과 아예 인사조차 나누질 않고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개막식장에서도 바로 뒤에 있는 북측 대표단에게 눈길 한번 돌리지 않았다. 올림픽을 축하하러 동맹국을 방문한 인사의 행동으론 무례하기 짝이 없다. 


그의 이런 2박3일간 언행은 그가 강경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인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공격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네오콘 존 볼턴 전 유엔대사 같은 인사는 북한 인사들과 악수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라고 극력 칭찬했다. 


이에 펜스는 트위터에 “존, 말 잘했다. 미국은 세계무대에서 도전받지 않으려는 북한 정권의 선전 선동과 가식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김씨 정권의 억압과 위협에 눈을 감을 수 없다”고 맞장구쳤다. 


펜스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제2의 딕 체니’가 되고 있다. 이는 몰락했던 초강경 보수 네오콘 세력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우리는 미국 내부의 트럼프의 탄핵 움직임에 대해 마냥 흥미로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트럼프가 물러나면 펜스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origin_문재인펜스어떤대화나눌까.jpg▲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1차전 경기 시작 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리 정서 아랑곳 않는 행동은 동맹의 태도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여건을 만들자”는 단서를 단 건, 누가 봐도 미국을 고려한 대답이다. 한국 정부는 그렇게 미국을 배려하며 북한을 대하는데 정작 미국이 우리 정서는 아랑곳 않고 행동한다면 동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비핵화는 결국 북-미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룰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국은 인정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 문제와 북핵 문제를 구분하지 못할 리는 없다. 분명한 것은 현 상황에서 북한의 인권 등 일반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리면 논의의 초점을 흐릴 수밖에 없고 또 대화와 협상은 물 건너 간다는 점이다.


이번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공군 2호기 안에서 펜스 부통령이 인터뷰한 내용이 관심을 끌기는 한다. 보도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두 차례에 걸친 실질적인 대화에서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의 추가적인 관여, 대화 교류를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우선 한국이 관여하고 미국도 잠정적으로 그 이후 곧바로 북한과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방한 과정에서 보인 우 클릭 행보와 개막 리셉션 불참 등의 외교적 결례 등이 미 국내외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문대통령이 마지막날 쇼트게임 경기장으로 펜스를 찾아 그를 달랜 것이 주효했다는 얘기도 있다.


북핵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묘책은 지금까지 없다. 무조건 협상이 만능일 수도 없고 제재와 압박 만이 해결책일 수도 없다. 


그러나 대북 군사옵션은 결코 함부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북한을 선제 정밀타격하는 이른바 ‘코피 전략’은 미국 강경파조차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성을 경고하자 백악관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없다고 한발 빼는 분위기다.


결국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면서 한국과 미국 동맹의 힘을 유효적절하게 모아야 하는데, 지금 미국 측이 주력해야할 논점은 북핵 문제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은 남북 공동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북한으로도 정상회담 성사를 원한다면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선제 발표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언급한대로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 전에 ‘비핵화 약속’ 까지는 아니더라도 ‘추가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같은 전향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 북미 관계 개선 없이 남북관계만 멀리 갈 수 없다는 걸 북한 당국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북한이 그런 전향적인 태도를 먼저 보여 준다면 문 대통령의 행보도 훨씬 편해지고 빨라질 것이다. 또 그래야 북·미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


origin_확대정상회담악수하는한미정상.jpg▲ 지난해 11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계속 주목되는 문 대통령의 탁월한 트럼프 해법


관심사 중의 하나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이다. 이번 양측 특사 파견 문제 관련해 한미 정상은 조만간 전화통화를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화해 무드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1월 4일과 10일, 2월 3일 세 차례 전화통화를 가졌다. 모두 성공적인 조율이 이루어 졌다. 1월 4일 전화통화에서 한미정상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 성사를 평가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며 “남북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1월 10일 통화에서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내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적절한 시점과 상황 하에서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열려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사실상 문 대통령 도우미를 자처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어쩌면 그렇게 문 대통령이 럭비공 트럼프를 잘 다루느냐고 놀라고 있다.


이번에도 멋진 조율이 이루지기를 기대한다.


이제 우리는 올림픽을 계기로 기작처럼 모처럼 맞은 해빙의 기회를 잘 살려나갈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쉽지 않은 일이다. 바야흐로 우리가 확고부동하게 운전석에 앉은 셈이다.


초미의 역량을 발휘해 미국과 북한의 한 발짝씩의 양보를 얻어내 가까운 시기에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될 것을 기대한다. 


그것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기를 끝내고 도도한 평화의 길을 열 수 있는 웃길의 해법이기 때문이다.  기적처럼 찾아온 평창의 평화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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