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고일석 칼럼] 개헌 연기론, 제 무덤 파는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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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석 칼럼] 개헌 연기론, 제 무덤 파는 자유한국당

뭘 어떻게 해도 스스로 파는 무덤의 깊이만 더 깊어질 뿐
기사입력 2018.01.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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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행복한 지방선거 동시 개헌

개헌과 관련해서 국민과 여야, 그리고 대통령 모두에게 가장 좋은 것은 이견이 없는 부분만 합의하여 개헌안을 만들고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대선 때 모든 주요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다. 

모든 당이 합심하여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실추되어 있는 정치권의 신뢰를 아주 멋지게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협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충실히 부응하는 길이 된다. 

특히 지방분권 부분을 생각한다면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방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할 이유가 없다. 


자유한국당의 치졸한 개헌 연기론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가 시작됨과 동시에 갖은 이유를 대며 개헌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라고 대는 것이 초등학생 수준이다. 지방선거 때 일곱 번을 투표하게 되는데 개헌 국민투표까지 하게 되면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며, 지방선거에 휩쓸려 국민들이 개헌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자체도 말이 안 되지만 자유한국당이 ‘국민들의 이해’를 이유로 개헌 시기를 늦추자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도 이런 어불성설이 없다.

자유한국당은 개헌 연기를 위해 ‘지방선거시 개헌’이라는 자신들의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렸지만, 그들이 개헌을 얘기한 것은 대선 때만이 아니었다.


‘대선 전 개헌’을 목 놓아 외쳤던 주역들

그들은 탄핵이 가결된 2016년 12월부터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은 2016년 3월 15일까지 “개헌은 한 달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대선 전 개헌을 부르짖던 주역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자들이 김무성을 비롯한 바른정당 복귀파들이며, 당시 김무성의 행동대장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김성태다.

여기에 손학규의 7공화국론과 민주당 내 조기개헌론자들까지 가세해 대선 구도가 개헌을 중심으로 하여 문재인 대 반 문재인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자 반기문은 2016년 1월 31일 전격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전 개헌을 위한 개헌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에 이른다.(그런데 정작 자기는 바로 그 다음 날인 2월 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기문이 이탈하자 2월 15일에는 김무성·김종인·정의화 3인이 회동하여 대선 전 분권형 개헌에 합의했고, 일주일 뒤인 2월 21일에는 자유·국민·바른 3당 원내대표가 단일안 도출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후보가 요지부동의 입장을 보이자 잠시 주춤하던 조기 개헌론자들은 급기야 3월 15일 3당 원내대표가 대선 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슨 헛짓거리를 그리도 집요하게 했는지 허탈해지기까지 하지만, 그들은 ‘개헌안에 대한 국민의 충분한 이해와 동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그 바쁜 대선 정국 내내 ‘조기 개헌’을 부르짖었던 자들이다.

다른 입도 아닌 바로 그 입으로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졸속 개헌’이라고 반대하는 것은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그들의 신뢰를 지하실로 밀어 넣는 최악의 실책이다. 


스스로 무덤 파는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의 자세가 이렇다고 보면 지방선거 전 개헌안 합의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 행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즉 정국 운영의 칼자루를 청와대와 여당이 쥐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 개헌안 발의는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문제 삼을 부분이 전혀 없다. 더구나 정부에서 발의할 경우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사한 대로 기본권 신장과 지방 분권 등을 중심으로 한 극히 제한적인 내용만을 담은 사실상 ‘원포인트 개헌’의 성격을 지니게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개헌’이니 ‘졸속 개헌’이니 하면서 뭐라고 딱지를 갖다 붙여도 결국 지방선거를 수개월 앞둔 시점에서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찬반이 핵심 의제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정부개헌안이 발의되더라도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한 결국 부결되겠지만, 이렇게 되면 지방선거가 지방분권 추진 세력과 반대 세력의 대결 구도로 굳어버린다. 

쉽게 말하면 “지방 정부가 폭넓은 재량권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세력과 “중앙정부가 시키는 대로 일하는 시늉만 하겠다”는 세력의 대결이 되어버린다. 국민들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뭘 해도 깊어만 가는 자유한국당의 무덤

자유한국당의 무덤 파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방선거가 끝나도 정부의 지방분권 개헌안은 그대로 민주당 안으로 남아 자유한국당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9월이나 연말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때까지 권력구조 문제로 합의가 되지 않아 개헌이 불발되면 자유한국당은 또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합의된 내용만으로 개헌안을 구성하는 “부분 개헌”으로 귀결된다면, 지방선거 때 했으면 됐을 개헌을 괜히 시기만 늦추고 비용만 더 쓰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만약 정부 개헌안 발의 여부가 불명확해진다면, 자유한국당은 겉으로는 무슨 호기를 부리든 속으로는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 테니 제발 발의만은 말아주세요”라며 무릎 꿇고 싹싹 비는 형국이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뭘 어떻게 해도 스스로 파는 무덤의 깊이만 더 깊어질 뿐이다. 

어떤 경우를 생각해봐도 자유한국당이 얻는 것이라고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요 공약을 좌절시키는 것과 개헌으로 인한 지방선거의 투표율 상승을 조금 막아내는 것뿐이다. 그 외에는 실리도, 명분도, 신뢰도, 존재 이유까지도 모두 잃게 된다.

그것만 해도 참혹하지만 이러한 자발적 참패의 영향이 2020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덤을 파도 너무 깊이 파게 되는 셈이다.  

지방선거 때 합의할 수 있는 내용만으로 개헌하면 모두가 행복하고 깔끔할 일을 왜 이렇게 불리한 지형을 일부러 만들어가며 자기 무덤을 파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그동안 하도 당하기만 하다 보니 고통과 위험을 즐기는 자학 성향이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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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무겸
    • 역시, 명문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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