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고일석 칼럼] 무책임의 증거, “내가 책임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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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석 칼럼] 무책임의 증거, “내가 책임지겠다”

책임질 의사·방법 없는 자들의 전형적 레토릭…결국 국민 부담
기사입력 2018.01.10 12:15 | 조회수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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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9일 3가지 사건.jpg
 
1월 9일,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국제적인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다. 

하나는 국제적인 사건이면서 국내외적으로 모두 중요한 사건이고, 또 하나는 국제적인 사건이지만 국내에서만 관심이 있는 사건이며, 또 다른 하나는 사실상 국내 사건이면서 국제적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는 사건이다.

첫째는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 입장 발표이고, 둘째는 UAE 행정청장 특사방문, 그리고 셋째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이다. 

이 세 사건은 또 다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전 정권의 무책임한 결정이 낳은 후과를 현 정권이 회복시키고, 다독이며, 해결하고 있는 사건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세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같은 민족끼리의 문제인 남북문제는 그 피해가 파멸적이라도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지만, 외국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그야말로 국제적인 문제는 완전한 해결과 청산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 사실상 무효화

외교부는 2015년 합의에 대해 진상조사를 통해 비상식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무리한 합의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당시 합의는 사실상 무효이며 따라서 그대로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파기를 선언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처럼 완전히 없던 일로 되돌리지는 못했다.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정권이 최소한의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채 상대방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합의지만 형식적으로 양국 외교당국자가 서명하고 양국 정상이 확인한 국가 간의 합의를 마음대로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부 문제는 미국과 UN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개입되어 있고, 전 정권의 어처구니없는 실책으로 귀결됐지만 일본이 그토록 이 합의에 목매달게 만든 것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역학관계를 통해 이루어진 합의를 완전히 뒤집는다면 일본과의 관계는 차치하더라도 국제외교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신뢰와 위상이 감당할 수 없이 추락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정부는 “국가 간의 합의”로서의 성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우리의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질적, 정신적 고통을 회복하고, 가해자에 대한 국가적, 국제적 책임을 추궁해야 할 우리 정부의 역할을 어쩔 수 없이 제한시키며, 당사자 할머니들에게는 또 하나의 상처를 남겨주는 일이 됐다.


UAE 파동과 관계 복원

UAE 문제는 외교관계의 보호를 위해 정확한 실상이 공식적으로 밝혀지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가 원전 수주를 위해 유사시 UAE에 우리 군을 자동 파병한다는 비밀군사협정을 체결한 것이 빌미가 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며, 결코 이행할 수도 없는 이 비밀협정에 대해 새 정부가 수습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양국 간의 특사방문을 통해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잘 무마되고 오히려 더 긴밀한 관계로 격상되는 결과로 귀결된 것은 더없이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를 위해 또 다른 외교적 대가가 치러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전 정권의 반헌법적이고 비상식적인 실책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비용이 지불됐다는 뜻이다. 


책임 있는 자들의 무책임, 감당은 국민 몫

UAE와의 비밀군사협정을 실토한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내막을 공개하면서 “내가 책임지고 비공개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 실무부서인 외교부에서 극심한 반대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타결 과정에도 누군가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섰을 것이다. 

또한 4대강, 자원외교, 국정원과 군의 선거 개입, 한중 외교파탄, 최순실 농단, 개성공단 폐쇄, 사드 졸속배치, 블랙리스트 등의 모든 국정 농단이 대통령, 혹은 누군가가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서서 이루어진 결정들이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레토릭은 실질적으로 책임질 의사가 전혀 없는 자들이, 실제로 책임 질 일이 발생하면 책임지고 싶어도 책임질 방법이 없는 사안을 무책임하게 추진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정말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실제로 책임질 일이 벌어졌을 때의 피해와 위험의 무게를 잘 알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에 벌어진 모든 적폐와 농단 사례들은 당사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책임져지는 것이 아니다. 그 피해와 상처는 그대로 남아, 이를 수습하고 해결하기 위해 일을 저지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과 노력이 뒤따르게 된다. 

결국 모든 책임은 궁극적으로 국민이 지게 되는 것이다. 책임에 대한 의식은 전혀 없이 말만 앞서는 자들과, 책임질 일을 숱하게 저질러놓고도 반성은커녕 모든 것을 남 탓으로만 일관하는 정치세력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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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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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iah79
    •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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