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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평창 올림픽 참가’ 언명한 김정은 신년사의 의미
기사입력 2018.01.0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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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한미연합훈련연기미측에제안.jpg▲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전용열차인 '트레인1' 을 타고 미국 평창동계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의 연기를 미국 측에 제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족의 위상’ 이라는 단어까지 사용

일단 조짐은 좋다. 일단 남북 관계 회복가능성과 평창올림픽 성공의 초록불이 들어온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가을 유엔총회 연설에서 천명한 평창 평화 구상이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민족의 위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우리로서는 기다렸던 일이다.

통일부에서도 즉각 이를 환영하는 대응을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나서 오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간 회담을 갖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통치자의 신년사는 그해 북한 정권의 전반적인 정책방향과 분야별 목표와 방침이 담겨있기에 북한의 이른바 ‘최고존엄’의 생각을 읽는 창으로 여겨져 왔다.

김정은의 2018년도 신년사는 1월 1일 오전 (평양시 기준 9시) 조선중앙TV를 통해 육성으로 방송됐다. 그동안 2013년부터 6년 동안 김정은의 신년사는 보통 3분, 길면 5분 정도였는데 올해는 6분 이었다. 분량이 상당히 많이 늘어난 마큼 전달한 메시지도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신년사 발표에 있어 북측은 김정은의 이미지 연출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기존 어두운 색의 인민복에서 부드러운 톤의 회색 양복으로 바뀐 것은 신년사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평화 이미지와 핵무력 완성 이후의 여유로움을 연출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날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김일성 뱃지도 달지 않았다.

전체 내러티브 구조는 ‘핵무력 완성’ 이후 갖게 된 ‘불가역적’인 전쟁억제력과 ‘전략국가’의 지위를 토대로 경제성과를 올리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해소 및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메시지로 구성됐다.

순서는 뒤에 배치했지만 ‘핵무력 완성’을 명분 삼아 이례적으로 남북관계에 많은 비중을 할애한 점이 크게 눈에 뜨인다. 핵 완성 선언을 기화로 국면을 전환해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강국’ 이미지를 어필 하면서 남측에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였던 것이다.


남측에 보여준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

이번 김정은의 메시지는 ‘핵 무력이 완성됐다, 이제는 경제 발전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 조성을 해 통일로 나가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앞부분 핵무력 완성 선언과 그간의 자찬은 화성 15호 미사일 발사 성공 직후며 그 후의 소위 과학일꾼 대회 등에서 이미 여러 차례 확인했고 들은 바 있는 사항들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남북 관계에 대한 메시지,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를 다룬 대목이 매우 강력했고 또 구체적이라는 점에 주목됐었다고 할 수 있다. 표현도 상당히 진솔했고 구체적이었다.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습니다.”

‘진심’이라는 말, ‘시급히’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힌다.

평창올림픽을 활용한 일종의 ‘평화 마케팅’을 통해 대화모드로 ‘국면전환’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6년간의 신년사와 비교해도 확연하게 달라진 유화 모드가 읽힌다.

이 정도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8부 능선을 넘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또한 적어도 평창 올림픽까지는 추가 도발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올림픽 참가와 같은 대남 메시지를 대남 단체라든지 아니면 다른 기관 단위에서 내놓을 수가 있었는데도 굳이 최고 지도자가 자신의 육성으로 그것도 ‘진심으로 시급히 바란다’는 표현을 쓰면서 밝힌 일이기에 북한 사람들에게 평창올림픽의 대표 참가와 성공 개최의 협조는 이제 지상 명령이 된 것과 같다.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목표를 제시하면 끊임없이 확인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노동신문·조선인민군·청년전위 등의 공동사설 형식으로 발표됐던 김정일의 신년사보다 육성으로 발표하는 김정은 신년사에 더 주목하고 따져보고 있는 이유다.

앞으로 북한의 남북대화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 바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일 오후 현재까지 아직 판문점 채널은 아직 불통으로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통일부는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4시, 2차례에 걸쳐 판문점 연락채널 통화를 시도했으나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번 제의가 매우 전격적이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김정은 신년사 노동신문.jpg▲ 지난 1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 신년사 기사에 게재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사진.

위축돼 있던 북한의 대남 분야 담당자들

이날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평창 참가 뿐 아니라 여기에 더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를 위해 남북이 노력해야 한다며 지난해 7월 남측이 제안한 군사당국 간 회담에 응할 가능성도 비쳤다. 

또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의 대화와 접촉, 왕래의 길을 열어놓겠다며 남북교류 재개 방침도 내놨다. ‘핵 연습 소동’ 이라고 칭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튼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북의 화답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이 남북 연락채널을 차단하기 전까지 운용됐던 이른바 '판문점 채널'은 30여개로 알려졌다. 남북연락사무소 회선, 회담지원용 회선, 해사당국간 회선, 항공관제용 회선, 개성공단 회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밖에 서해군통신선과 동해군통신선은 별도 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2월 남북 간 연락채널을 '차단'하겠다고 표현했으나, 이는 '선을 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화를 안 받겠다'는 의미였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최근에 북한 쪽 대남 대화 분야 담당자들의 활동이 굉장히 많이 위축되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통전부(통일전선부) 같은 곳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얘기까지 돌았는데 이번에 김 위원장이 진심으로 바란다며 시급한 남북간 논의를 언급했기 때문에 통전부도 부활할 것이며 여타 북한의 대남 일꾼들이 이제 활발하게 움직이게 됐다.

그리고 올림픽 참가 관련 남북 회담은 큰 무리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그 기간이 이제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도 참가를 놓고 이런저런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얻어갈 수 있는 시간적 상황이 못 된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남북회담이 열려 남북이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의 지혜를 모으는 모습이 보여 이번 평창 올림픽이 진정한 세계 평화의 축제로 치러지기를 기대한다.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 통해 해결할 수밖에

정작 문제는 올림픽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문제의 시점은 올림픽 이후에 다가올 공산이 높다.

따져보면 이번 김정은의 메시지는 미국이 선도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현실적인 구상이기도 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 대북 압박기조가 풀릴 기미가 없이 지속될 것이기에 남북대화를 북·미대화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궁극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압박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 여지를 넓혀 나가려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북한 의도에 너무 골몰하기보다, 우리가 먼저 자신감을 갖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활용하고 유도해 나가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했고 문 대통령의 일관된 스탠스가 그것이었다.

어떤 의미로 이번 메시지는 그런 문 대통령의 일관된 노력에 처음으로 김정은이 화답했다고 봐도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북·미 간 긴장이 전쟁으로 치닫지 못하게 막는 것은 우리의 당면 과제였다. 지금단계에서 남북대화 재개는 불감청 이언정 고소원인 일이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다.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미연합훈련 연기 등도 미국의 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미국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서는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등 겁박을 하고 위협을 가한 만큼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제 이번 메시지의 양면성을 들어 북한의 정책이 통미 봉남에서 통남 봉미로 전환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도 하고 있다. 우리는 묶어 놓고 미국으로 바로 통하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라는 얘기다.

아직 성부른 해석이기는 하지만 이번 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대화를 잘 풀어가면 실제 그런 시절이 올 수도 있다.

한미 보수진영에서는 이번 신년사에서의 일견 대담한 제안이 한·미 간 북핵 공조를 흐트러뜨리려는 책략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특히 자한당 같은 수구정당은 ‘화전양면식 신년사’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한-미 사이를 이간질하며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술책으로 폄하하고 있다.

지금, 북한이 처한 외교 국면을 볼 때 이걸 돌파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던 미국과의 관개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제안을 놓고 한미 간의 균열 조장이라든지 아니면 위장 평화 공세다, 남남 갈등의 야기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지금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미 간에 균열을 조장해서 얻는 이익보다는 한국이 미국의 정책을, 기존 대북 정책을 바꾸는 데 기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또 그것이 가져다 줄 이익을 훨씬 크게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간책을 쓸 만큼 여유롭지 못한다는 얘기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실적으로는 미국이 최고 수준의 압박과 제재를 거두지 않고 있고 또 국제 제재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또 북한이 원하는 속도대로 희망하는 만큼 이게 이제 상황이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봐야 된다.


상상력과 지혜, 그리고 용기를 발휘해야

엄밀히 말해 이제 중요한 것은 평창 올림픽 이후다. 어찌 됐던 김정은 진심을 운운했기에 올림픽 까지 시간은 우리 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연합훈련만 해도 올림픽 기간 중에는 연기가 된다 하더라도 4월 중순 이후에 재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림픽까지 어떻게 미국을 달랜다 치더라도 그 이후에도 문제 해결, 상황악화를 막기 위한 미국의 이해와 협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북핵문제의 한 축이며 우리의 안보 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맹인 미국과의 공조와 국제 제재의 틀을 조율하면서 또 남북한 간의 서로 다른 눈높이와 기대 수준을 충족시켜가는, 정말 그 치밀하고 전략적인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웃 길의 올바른 방법은 정공법이다. 어려운 상대일수록 솔직하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상대에게 일러서 이해를 구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 해결의 첩경이다. 섣부른 허세와 술수는 미봉에 그치고 만다. 이는 북한과 미국 모두에 적용된다.

이번에 김정은이 미국엔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평창올림픽 참가에 적극적으로 나선 까닭은, 남북 대화를 고리로 해서 강경한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의 문을 열어 나가겠다는 뜻이 담긴 걸로 봐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협상의 문을 열어 나가겠다는 걸 미국이 반대할 명분은 없다. 오히려 지지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동맹의 가치에 부합한다.

세계의 잔치 평화의 제전을 잘 치루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다수 우리 국민의 바람이다.

이제 물꼬는 저쪽에서 먼저 삽을 들어 파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동결된 남북 관계를 복원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중국 일본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충분한 협의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미동맹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여기면서 목숨처럼 생각하는 수구 보수진영 쪽에서 흑백논리를 부각시키면서 남남갈등이 격화시키는 것을 논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막아야 한다. 

저들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한반도의 전쟁을 부추기고 있으며, 아니라고 하면서도 평창의 성공을 원치 않고 있는 세력이다. 저들은 남북대화 남북화해가 싫은 사람들이다.

언제나 벼랑 끝 전술을 펴는 북한과의 회담에 나서야 하고, 완고해진 미국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하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저들 부나방 같은 수구세력의 준동을 막으려면 상상력과 지혜, 그리고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문 대통령이 세계에 약속한 평창의 평화 플랜 현실화의 필요조건이다.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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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도도
    • 어느 매체에서도 요즘 볼 수 없었던 남북관계에 대한 이런 희망의 논평을 뉴비씨에서 보게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것을 읽었을땐 이미 안위원님 말씀대로 북측에서 노크를 똑똑했습니다^^ 우리 대통령님께서 구상하신 바대로 다 잘될거라 굳게 믿어요 날씨부터가 올림픽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이 기쁜 와중에 한가지 눈엣가시라면 저 수구보수들의 지랄염병입니다. 이쯤되먄 저들은 전쟁이 제발 났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저런식으로 드러내는거겠지요. 잔치집에 오겠다는 사람에게 충성맹세하고 오라는 경우나 다를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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