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논평] 졸속 위안부협정, 무엇이 문제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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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졸속 위안부협정, 무엇이 문제였는가

한일 양국 포함한 우리 모두가 치유와 화해 모색하는 새 길 찾아야
기사입력 2017.12.29 12:15 | 조회수 3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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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먹구름이 몰려오는 한일관계

위안부 문제가 다시 한일관계에 큰 먹구름을 몰아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의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대선 국면 후보 시절부터 약속해왔던 일이다.

문 대통령은 28일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면서 유감스럽지만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역사 문제 해결에 있어 확립된 국제 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고 밝혔다.

문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일본의 반응을 보면 거의 격분에 가까울 정도다.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재협상이란 절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이런 표현까지도 나왔다. 

“기존 협상에서 1mm도 안 움직인다. 이거 토시 하나도 나는 절대 못 고친다.”

트럼프, 김정은에 이어 아베까지 우리를 상대로 ‘벼랑 끝 협상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원칙을 표명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따내겠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의 선언을 파기 쪽으로 해석을 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그러면서 대놓고 평창에 가지 말라는 사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 방한에 대해서도 불가론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한일관계는 급속히 얼어붙겠지만 일본으로서는 손해 볼 것 없다’는 논평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아직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는 일본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언론들은 철저히 자신들 일본 국익에 맞춘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외교는 항상 그런 곳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이 문제에 관한한 일본은 약점이 많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도덕적인 우위와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참혹한 전쟁범죄를 저질렀고 이것이 UN 인권이사회에서 그리고 전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 이미 ‘범죄’라는 걸 규정하고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한국이 분명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데 이전 정부의 어리석은 합의로 인해서 지금 우리가 이런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벼랑 끝 전술에는 명분론으로

내용이야 어떻든 ‘파기’라든가 ‘전면 재협상’과 같은 단어로 강경하게 부딪히기보다는 벼랑 끝 전략을 쓰면서 우리를 압박하는 일본에 대해 우리의 도덕적 우위와 당위성 그리고 정부의 진실성을 내세워 계속해서 조정의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가 쉽게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일본 정치권 내에서 그리고 국민들 여론에서 압력이 이뤄진다면 종국에는 못이기는 체하고  움직이게 될 것이다.

어느 민주 국가든 내부에서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외교 협상에서 양국 간의 목소리는 분명히 부딪힐 수밖에 없지만 일본 내 다양한 시민단체 또 양심적인 학자들 이런 부분들을 추동해 같이 힘을 모아서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한다면 일본의 정치권도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 여기에 대해 정면으로 맞받아치거나 이런 것보다는 일본을 달래가면서 당연히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재협상을 요구하면서도 일본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 왜? 우리 정부가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일단 양국 간의 합의를 존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잘못된 이면합의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분노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과 우리 양국 시민단체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주고 국제 사회에서 전쟁 범죄를 합리화시켜주는 그런 잘못된 합의에 대해 다 같이 질타하면서 일본 사회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일본의 체면도 세워줘야 일본이 재협상에 나설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많은 일본사람들이 위안부 문제가 한국 내에서 자칫 종교화, 도그마화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조차 그렇게 평가를 한단다. 

국내외에서 위안부 문제와 이 운동을 비판해서는 안 되고 또 이를 무시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수구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우리도 한번 우리를 되돌아 볼 일이다. 초심을 잃은 교조적인 태도는 동지를 돌아서게 하기 마련이다. 
 

12·28 한일 협상의 5대 문제점

지난 2015년 12·28 한일 협상은 타결 직후부터 국내외의 반발과 반대에 직면해 왔었다. 그 내용과 문제점은 대략 다섯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협상의 주체인 피해 당사자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기본 당사자는 피해자인 할머니들이다. 그럼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합의에서 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합의는 피해자를 협상과 협의의 주체로 여기지 않고 기껏해야 배상의 객체 정도로 위치 짓고 있다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을 받았다.

1991년에 할머니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증언한 것은 한국 사회뿐 아니라 세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랐고,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피해자로 등록된 인원은 238명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은 24년간 1200회 이상 지속된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로 이어졌으며, 아시아의 대표적 인권 의제로 자리 잡았고, 나아가 ‘전시 성폭력’ 문제에 관한 세계시민들의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UN은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의 권리에 관해 기준과 내용을 정립해 왔다. 

2000년 발효된 국제형사재판소 규정을 보면, 인권유린 사안의 경우 수사와 사법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피해자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피해자는 정보를 제공받는 객체의 위치가 아닌 ‘참여자로서의 피해자’(Victim as participant)의 절차적 보장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피해 회복의 첫 단추라는 것이다.

두 번째, ‘위안부’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는데,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사실과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두리뭉실하게 사안을 희석시켰다는 지적이다.

당시의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 기자회견문의 일본 측 표명 사항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함.”

일본 측 표명 사항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문제가 되며 피해의 내용은 무엇인지 전혀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지 않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국가권력이 작동한 국가 범죄(state crime)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위안부’ 모집업자들의 사인 범죄(personal crime)로 보고 있다. 합의문에서 ‘군의 관여’라고 모호하게 얼버무린 것은 국가 범죄의 주체인 군대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인하거나 희석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비판이다.

셋째,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요구는 ‘법적 책임’이었지만 이는 전혀 언급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중대한 국가범죄이며 당시의 국내법,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였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동안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도의적’ 책임만 지겠다고 하여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지속돼왔다. 

1995년 일본이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하 국민기금)을 모으면서 내각총리대신 명의로 발표했던 사과 편지에서도 ‘도의적 책임’을 거론했다. 한국의 다수의 피해자들은 국민기금 수령을 거부한 바 있다.

그런데 12·28 일본 정부의 표명에서는 ‘도의적’이라는 수식어가 빠진 채 ‘책임’이라는 단어만 쓰였다. 이것이 ‘법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 측 표명 사항을 두고 ‘기존의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지만, 1995년 발표했던 ‘사과 편지’와 별 다를 바 없다는 진단이다.

합의 직후,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는 1965년의 한일청구권, 경제협력협정으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해결되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도의적’이라는 단어는 사라졌지만 일본 정부에게 책임은 여전히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인 것이다.

넷째,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역사를 ‘불가역적’이라는 단어 하나로 무 자르듯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다.

지난 합의에서 무엇보다 많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바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구절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발표로 나타난 당시 한국 측 표명 사항에는 이렇게 적시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함. (...)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 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 비판을 자제함.”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못을 박음으로써 피해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재발 방지에 대한 어떤 약속도 없이 일방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종결 짓고자 했던 것이다.

위안부 소녀상.jpg
 
진실을 직시해야 치유와 화해 가능

마지막으로, 일본 측이 재단에 10억엔을 출연한다는 것과 사과의 당자자가 총리가 아닌 외상이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에서 약 10억엔을 출연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양국 간 해석이 달랐었다. 한국 정부는 사실상 ‘배상’의 성격을 갖는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도의적 책임’에 따른 ‘인도적 지원금’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배상’을 하지 않는 것이나 재단 설립에 스스로 나서지 않고 한국 정부를 통해 사업을 하기로 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고 꼬집는 이도 있었다.

기금의 액수도 문제였다. 굳이 금전으로 피해 회복을 대신하고자 한다면, 살아있는 분들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정부에 신고한 피해자들을 고려했어야 한다. 

이들의 생명과 일생의 고통을 고려한다면 1인당 1억원 정도를 산정해도 24억엔은 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전쟁에서 전사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고려할 때 적어도 1조원 정도의 액수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견해였다.

또, 한국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일본 측의 기금 출연이 그동안 일본 정부가 눈엣가시로 여겨왔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및 이전과 연결되어 이야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소녀상을 옮기는 것이 위안부 지원 재단에 돈을 내는 전제라는 아사히신문 등 언론의 보도를 강력하게 부인했었다.

아베 총리가 직접 사과하지 않고 외무상이 대독한 행위에 대해서도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은 심기가 편치 않다고 했다.

“두 정부끼리 속닥속닥 해놓고 사죄했다고 합니다. 그런 사죄 받으려고 우리가 이렇게 고생했습니까? 아베 본인이 직접 나서서 기자들 모아놓고 진심으로 우러나는 사죄를 해야지, 얼마나 늙은이들을 무시했으면, 우리도 모르게 해 놓고 타결이라고 합니까?”

당시 한 위안부 할머니의 말이었다.

문 대통령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고, 진실을 외면한 자리에서 길을 낼 수는 없다”며 “우리에게는 아픈 과거일수록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역사일수록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며 “그 자리에서 비로소 치유도, 화해도, 미래도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한일 양국 정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진실을 직시하면서 치유와 화해를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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