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광화문에서] 얼었던 만리장성을 녹인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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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얼었던 만리장성을 녹인 훈풍

온갖 꽃이 함께 피는 봄날을 기다리며
기사입력 2017.11.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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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진핑.jpg
 
“늘 사람이 먼저다.”


중국 속담에 ‘집은 세 닢 주고 사지만 이웃은 천냥 주고 산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먼저라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속담이다. 늘 사람을 중시하는, 이웃을 배려하는 문 대통령이 사드 문제로 얼어붙었던 한중관계를 녹였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및 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동남아를 순방 중이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는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했고, 10일부터는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에 머물렀다. 


13일 필리핀으로 향한 문 대통령은 당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14일에는 아세안 정상회의 본회의 참석,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양자회담,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회담 등 일정을 소화하고 15일 귀국한다. 


언제나 그랬지만 문대통령이 사람을 대하는 진정성, 특히 상대국 수반 등 주요 인사들을 상대해야 하는 외교무대에서의 그것은 이번 순방에서도 한껏 빛났다. 


14일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회담서만 해도 문 대통령은 그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회담장 안이 아니라 밖에서 기다렸다. 대개 의전과 경호상의 이유로 회담장 안에서 기다리지만 문 대통령은 “이왕 맞이하는 것인데 성의 있게 하자”며 회담장 밖으로 나갔다.


5분 뒤 메드베데프 총리가 회담장에 도착하자 두 수반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나란히 입장했다. 문대통령의 사람을 생각하는 진정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회담이 순풍에 돗 단 듯 진행 됐음은 불문가지다. 


이번 순방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아세안 각국 에서의 성과도 성과지만 우리의 큰 걱정거리였던 중국과의 관계에 훈풍을 불어오게 한 것이야 말로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바로 상대를 배려하는 상대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사람중심의 정신에서 나온 성과였다. 



이번에도 아이스 브레이킹이 된 증광현문


문재인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좋아하는 중국 고전 문구를 인용해 냉랭했던 회담장 분위기를 녹였고 양국 관계를 녹였다. 


회담장의 분위기는 처음엔 싸늘했다. 리 총리 옆에 배석한 중국 측 각료들은 문 대통령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표정들이 차가웠다. 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는 시험해보자는 표정이었던 것.


그러던 중국측 인사들은 문 대통령의 ‘한마디’에 한꺼번에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중국 고전에서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다’라는 글을 봤다”면서 “오늘 회담이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운을 뗐는데 이 중국 고전의 인용이 매우 효과적인 아이스브레이킹이 됐던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이에 화답하듯 환하게 웃으며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강물에 있는 오리가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다(春江水暖鴨先知)”고 응수했다. 


회담장에는 벌써 봄이 찾아 왔던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번 다낭에서의 정상 회담서 사드 갈등 해빙과 양국 발전적 관계회복의 큰 그림을 언급했다면, 리 총리는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와 문화, 과학 등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양국 협력 방향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구절은 명나라 시대 유학 교재인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일화독방불시춘 백화제방춘만원(一花獨放 是春 百花齊放春滿園)’으로 알려져 있다.


증광현문은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화제가 된바 있었다. 


당시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을 언급한 후 중국 국민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낯설지 않다면서 “문 대통령이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 한 시대의 새 사람으로 옛 사람을 교체한다)’이란 명언으로 큰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호감을 보였는데 이 구절도 증광현문에 나오는 말이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리 총리가 중국 고전과 법학에 조예가 깊다는 것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법학 박사이며 리 총리는 법학과를 다녔고 아다시피 문 대통령은 율사다. 



3불 원칙에 감춰진 진실은 


보수 언론들은 중국의 수뇌부가 아직 명확한 확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애써 성과를 폄훼하려 하지만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은 ‘3불원칙(3不. 사드 추가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의 불가)’ 합의로 일단락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3불원칙’의 방점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에 찍혀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대두된다. 일본과 중국과의 앙앙불락의 관계가 이번 사드사태 해결의 저변에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한·미’동맹이 아닌 일본을 끼워 넣은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는 점이 중국에는 못내 편치 않았다는 것이다. 사드 추가 배치 보다 중국이 유난히 더 신경 썼던 부분이 바로 이것 이란다.


한·중 관계의 바다에서 미국과 북한은 물 밖으로 모습이 드러난 ‘현초(顯礁)’라면 일본은 물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암초(暗礁)’이며 사드 문제의 겉 포장지는 한·중 갈등, 속 포장지는 미·중 갈등이지만 내용물은 중·일 갈등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한 분석이다.


동북아의 패권을 놓고 중·일 양국이 팽팽한 줄다리기 시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는 궁극적으로는 일본 방어용이며 중국의 길림성 둥펑기지는 미국의 항모전단 보다는 일본 열도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공교로운 일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는 중국과 일본의 중심부를 동서로 잇는 선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중국의 반일 감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왜구의 노략질이 횡행하던 14세기 때부터 19세기 치욕의 완패를 당한 청·일 전쟁, 30만 남경대학살을 비롯해 2천만 중국인이 살상 당했다는 20세기 중·일전쟁까지….


중국 대륙에서도 반일정서가 가장 강한 지역이 3성(省)·1시(市)라고 한다. 푸젠성, 저장성은 왜구와 중·일전쟁 시 피해가 극심한 지역 이었고 장쑤성은 대학살의 난징이 있는 성이다. 상하이시는 상하이 사변의 기억이 있는 곳. 


공교롭게도 시진핑 주석은 이들 지역서 당정군 수장을 20년간 이나 임직했다.


그런 시 주석과 그의 충실한 동료 리 총리에게는 지난번 트럼프 방한 때 위안부 할머니의 청와대 만찬 초청 또한 꽤 인상적이었을 터다. 



사람, 평화, 번영.


집에는 서푼도 아깝지만 이웃에는 천금을 쓰라는 중국의 입장에서 아무래도 일본은 아직까지 이웃이 될 수 없는 모양이다. 중국은 한·미동맹은 괜찮아도 한·미·일 동맹은 절대 참지 못한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싱가포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일군사동맹의 부적절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시의 적절한 언급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아세안 순방에서 유난히 3P를 강조 했다. 바로 사람(people)·평화(peace)·번영(prosperity)이다. 사람이야 늘 강조했던 ‘사람이 먼저다’의 연장선상이고 평화 역시 이즈음 우리 모두의 화두다. 번영은 새로운 통상정책 방향인 신(新)남방정책 구상의 일단이다.


진심과 진실은 통하는 법이다. 대통령의 진심과 진실은 이번에도 통했기에 중국의 최고위층을 녹였고 러시아의 수반을 감동케 했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그리고 필리핀과 싱가폴 정상들을 단박에 절친한 친구로 만들었다. 


재능은 주머니에 들어있는 송곳이고 무능은 손에 든 돌덩이라는 말이 있다. 둘 다 어차피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현안이던 중국과의 관계에 훈풍이 불어온 여세를 몰아 신 남방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을 기대한다. 이번 아세안 순방의 성과와 의미는 문 대통령이 귀국 한 뒤 따로 새겨보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 


안동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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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 안도도
    • 정작 제도권 언론에서 이렇게.다뤄줘야 하는데 뉴비씨에서 읽을 수 있다니 다행이고 가뭄에 단비였습니다. 이번 순방 전체를 분석하는 글 기대됩니다.
    • 0
  •  
  • 이창렬
    • 와우. 기사에서 정말 훈풍이 느껴집니다.
    • 0
  •  
  • 단풍길따라
    • 문대통령님 감사합니다 건강챙기세요
      이제야 좀 나라가 나라다워지고있네요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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